미국의 중국 대표권 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로저즈 미 국무장관은 2일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 미국이 취할 중국 대표권 문제에 관한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그것을 요약해 보면 ①중공의 유엔 가입을 지지할 것이지만, 자유중국을 유엔에서 축출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 ②안보리 대표권 문제는 유엔 헌장 규정에 따라 안보리 자체에서 결정될 문제라는 것 ③이와 같은 「두개의 중국」 방식은 한국이나 월남 같은 다른 분단 국가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 등으로 돼있다.
금년 들어 급격히 전환한 미·중공 해빙 외교와 더불어 가장 주목되었던 것은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의 중국 대표권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 하는데 있었다. 전기한 로저즈 미 국무장관의 발표를 보면, 그 동안 미국 정부 내외에서 논의된 중국 대표권 문제, 특히 이중 대표권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방책 가운데 그런 대로 신중파의 의견이 채택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대표권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으며 그 첫째는 자유중국 의석과 중공을 맞바꾸는, 이른바 알바니아 결의안이냐 둘째로 「중요 사항」으로 결정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세째로 이중 대표권제를 인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 한마디로 이중 대표권제라 하더라도 그것은 다시 세분되어 안보 상임이사국 의석을 중공에 주느냐, 그렇지 않으면 자유중국에 계속해 주느냐 하는 것이며, 또한 그 방법에 있어 총회 결의에 따를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안보리 자체의 결정에 따르느냐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제 미국은 중공 가입에 관한 한 「중요 사항」으로 지정하는 것을 고집하지 않을 것을 명백히 하는 반면, 자유중국 축출 문제는 「중요 사항 지정」을 고수할 것을 밝히고, 안보리 의석 문제는 안보리 자체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중공이 수락하는 경우, 중공의 가입만은 쉽게 실현될 것으로 보여지지만, 안보 의석 문제는 안보리 자체의 결정을 기다려봐야 할 것이며, 특히 안보리가 어떤 결정을 하게 될 것인지는 앞으로 계속해서 매우 주목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원래 「유엔」헌장을 보면, 총회에서 채택하는 결의안은 유엔 제기관이 「고려」할 것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안보리는 총회의 행동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안보리에서 중국 대표권 문제를 변경시키는 문제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개재되고 있다. 특히 안보리에서 자유중국이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비롯해서 자유중국의 거부권 행사 여부도 문제되고 있다. 따라서 중공이 안보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자유중국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론이야 어찌됐건, 현 국제 조류로 보아 중공의 유엔 가입 문제는 50년대의 전적인 배제 시대, 60년대의 중요 사항 지정 시대와는 달리 크게 변경되고 있으며, 중공이 어떤 형태든 조만 간에 유엔에 들어오리라는 것은 추측하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다. 중공이 유엔 가입한다는 것은 마치 경찰 본부에 강도가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는데, 그것이 유엔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리라는 데서 우리로선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당면해서는 「두개의 중국」정책, 또는 유엔 가입의 보편성 원칙 등이 한국에 미치게 할 작용 문제도 우리는 날카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로저즈」 장관은 두개의 중국 정책이 한국이나 월남에 적용되지 않을 것을 명백히 선언했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 대표권 문제를 둘러싼 유엔의 동향을 더한층 주시해야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문제와 중국 대표권 문제는 지금까지의 유엔의 역사가 웅변으로 증명하는 것처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제 외국에 선언, 설득하면서 한국과 유엔과의 밀접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더한층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