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선회하는 일본의 대중공 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의 「기무라」(목촌) 외상대리는 27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동당의 중공문제 조사회에서 ①중공의 「유엔」 가입은 저지할 수 없으며 일본이 저지하려고 하지도 않겠다. ②올가을 「유엔」총회에서 과반수로 중공의 「유엔」 가입이 실현될 것으로 본다. ③「유엔」의 이와같은 움직임에 따라 일본은 결론적으로 대중공 국교정상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④일본도 결국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중공을 승인하는 길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등 견해를 밝혔다 한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일본 외무성 소식통들은 올가을 「유엔」총회에서는 중공의 「유엔」 가입에서 진일보하여 중공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의석을 주게 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 예측하고 자유중국이 「유엔」에서 탈퇴치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까지 밝히고 나섰다 한다.
일본의 정부·여당의 이같은 견해 표명은 일본의 대중 정책이 이제 근본적인 전환기에 접어들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서 주목을 요한다. 「닉슨」 미대통령의 중공 방문계획 발표를 계기로 일본의 정계 및 재계인사들은 앞을 다투어 중공 방문계획을 세우고 있어 일본에는 일대 중공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대중공 정책의 기본이 미국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중공에 접근·화해를 시도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탁구외교 개시 후 일본이 취하고 있는 국제정치상의 자세로 보아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일본은 51년 상항조약의 체결 당사자로서 중공이 아닌 국부를 택한 바 있고, 또 그후 지금까지 국부와는 계속 친선을 다짐하면서도 중공과는 「전쟁상태의 종결」마저 선언치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까다로운 중국대표권 문제를 앞으로 과연 어떤 방향에서 해결짓고, 대중공 정책전환을 꾀하려는 것인가는 국제적인 주목거리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정부·여당은 『중공의 「유엔」 가입을 받아들이되 국부의 의석은 잔류케 한다』는 선에서 해결을 모색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우선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에누리 없이 받아들여 「두개의 중국」을 인정하고 두개의 중국의 「유엔」 안에서의 평화공존을 촉구하다가 점차로 중공을 「하나의 중국」으로 지위상승 시키려는 과도안을 세운 것이라 하겠는데 일본이 구사하고 있는 이러한 복안이 과연 중공측에 먹혀들어갈 것인지는 큰 의문이다.
미국무성도 일본과 대동소이한 방안을 가지고 중공의 「유엔」 가입문제를 해결코자 하고 있으나 앞서 중공수상 주은래가 언명한 것처럼 중공은 「두개의 중국안」이건, 대만의 분리 독립안이건, 그와 같은 제안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고 오직 국부를 「유엔」에서 축출하고 중공을 유일한 중국정부로 인정하는 경우라야만 「유엔」 가입에도 응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므로 타협적인 과도안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적지않이 의문이다.
「유엔」 가입문제에 있어서 중공이 이처럼 고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유엔」총회의 대세가 중공가입으로 기울어지고 있는데다가 최근 미·일이 서로 경쟁하다시피 대중공 접근·화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므로 그들은 자신들의 「유엔」 가입을 하나의 기정사실로 내다보고 그 가입의 조건으로 국부를 내쫓기 위해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공의 요구에 장단을 맞추어준다 해서 그 대가로 국부중국을 완전히 희생시킨다는 것은 국제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점 미·일 양국은 중공의 「유엔」 가입을 인정하는데 있어서도 국부의 의석잔류가 최저의 양보선임을 알고 그 이상 더 후퇴치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부가 「유엔」에서 축출되어 나온다고 하면, 「아시아」의 정세는 종전과는 정반대방향으로 재긴장될 우려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엔」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유엔」에서의 중국대표권 문제를 공식으로 다루어나갈 자격이 없다. 그러나 「유엔」에서의 중국대표권 문제의 해결방향은 한국문제의 상조·토론, 그리고 「유엔」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로서도 여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사태진전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