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5개년 계획과 일본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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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오는 8윌10일부터 열릴 제5차 한·일 각료회의에서 대일 재정차관도입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다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72년부터 착수케 될 제3차 5개년 계획에 필요한 자본협력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이 회의에는 예년과는 달리, 경제기획 국장을 우리측 실무대표로 참석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우리의 외자도입전망은 앞으로 그다지 밝지 못하다 하겠으며, 한국에 그나마 외자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 때문에 38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계획된 3차5개년 계획을 원안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일본으로부터의 자본협력을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것도 어김없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닉슨」 미국대통령의 중공방문계획으로 말미암아 일본의 재계는 한국에 대한 경협에 종전보다도 오히려 더 소극적인 엉거주춤 자세로 전환하고있는 것이 실정인 것이며, 일본정부와 일본의 여당내부에서조차 대 중공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 대한 경협에는 그에 반비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일 관계 회의가 열리는 것이므로 이번 회의는 어쩌면 앞으로의 한·일 협력관계의 장내를 가름할 성격의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할 것이며, 그런 뜻에서 우리는 그 귀추를 크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29일부터 열리는 한일협력위원회의 성과는 지금 상태로 보아 우리측에 그다지 고무적인 것이 되지 못할 공산이 짙다고 하겠으므로, 정부로서는 이번 각료회담에서 일본정부의 기본 자세를 분명히 타진해야할 것임을 우리는 강조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여 일본재계의 동향은 그들이 너무도 철저한 「이커노믹·애니멀」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음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시장으로서는 미국다음으로 큰 것이 우리 한국이요, 초년의 경우, 우리는 8억 달러의 일본상품을 수입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재계가 대한국법 내에 갑자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한국경제의 대일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화되었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제 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현황유지를 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간단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본재계의 동향은 우리로선 분명히 불쾌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들 민간기업을 무조건 탓할 것은 못된다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오히려 차제에 일본정부의 대한자세를 분명히 밝히게 함으로써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재계동향과는 달리 우리의 3차 계획에 소요되는 자금을 뒷받침하기 위해 충분할 이 만큼의 신규재정차관제 공동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준다면 그 이상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도 앞으로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일 무역거래에 있어서의 기본자세에 획기적인 전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정부로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76년까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들여 올 수 있는 대일 차관의 범위를 어느 정도 명확히 타진해서 미리 그 규모를 밝혀줄 것을 촉구하고자한다. 본래 우리의 제3차5개년 계획은 국제정세의 급변을 예상하지 않고서 작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세변화가 현저히 진전된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외자의 범위를 확실히 타진함으로써 계획의 수정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애당초 우리가 3차 계획에서 기대하던 만큼의 외자는 최근의 정세변화로 말미암아 그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며, 때문에 이 문제를 소홀히 다뤄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한·일 협력위의 사명조차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하려는 일본재계의 조급한 태도와는 달리 적어도 일본정부의 자세만큼은 이에 동조하지 않기를 충심으로 바라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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