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중공방문 수락과 국제정치기상-동서해빙기류의 집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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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미대통령이 내년5월 이전에 중공을 방문한다는 16일 미·중공의 공동발표는 그 동안 있어온 동서해빙기류의 총체적 발전이며 집약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아시아」에서 전후냉전체제에 종지부를 찍는 결산의 의미이며 새로운 국제정치체제의 서막을 연 대전환의 거보를 의미한다.
이 같은 발전은 예상되었었다. 지난 4월 「핑퐁」외교라는 마술적 외교가 22년간 얼어붙었던 미·중공 빙벽을 녹여 내릴 때 심상치 않은 사태발전은 예견되었었다. 미 탁구선수대표들을 맞은 중공수상 주은래가 『미·중공간에 새 역사의 「페이지」가 열렸다』고 희색이 만면했던 것이나, 탁구선수들이 귀국한 후인 4월29일 『무슨 자격으로든 언젠가 중공을 방문하고 싶다』는 「닉슨」의 능청은 벌써 이번과 같은 극적인 사태발전의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단지 국교관계수립문제가 논의도 되기 전에 양대 적대국 수뇌가 악수외교를 벌이게 되었다는 막후외교의 급진적 전개속도를 예기치 못한 것뿐이다.
이러한 막후교섭은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70년 12월 중국통 「에드거·스노」기자와 모택동과의 회담에서 「닉슨」-모 회담의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지난6월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가 「하노이」·북평·평양·「모스크바」에 이른 외교 행각에서도 미·중공접근의 풍설은 끈질기게 있었다.
이같이 예기치 못한 발전이기에 7·16 발표가 던진 파장은 진폭이 넓고 깊은 만큼 세계적이다.
미·중공 수뇌간의 대담한 직접외교는 미·중공간에 가로놓인 냉전체제의 마지막 잔해를 일시에 무너뜨렸으며 이 같은 충격파가 한국 등 주변국가들은 물론 세계문제해결에 어떻게 파급될지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키신저」안보담당특별 보좌관이 세계의 이목을 감쪽같이 속이고 북평을 방문, 「닉슨」 의 북평 방문을 중공수뇌들과 합의한 막후외교의 진행은 외교사의 한 신비를 이루었고 앞으로 세계문제가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불안과 의구심을 남겼다.
미·중공간의 공식적인 외교관계 수립을 시간적 절차문제로 남게 했고 중공의 국제무대진출 (유엔 가입)의 문호를 활짝 개방한 이 같은 사태발전은 어떤 의미를 투영할 것인가? 근본적으로는 국제정치체제의 기본적인 개편이며 구체적으로는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열강체제의 형성이라 할 수 있다. 미·소 중심의 전후양극체제에 명실상부한 종언을 고하고 권의 다원화에 돌입하는 새 체제는 「아시아」에서 후퇴해야하는 미국과 전통적인 영향권을 회복하는 중공, 그리고 재등장하는 일본과의 역학관계에 집약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월남문제뿐 아니라 대만의 장래가 걸린 중국대표권문제, 분단한반도의 긴장상태 등 「아시아」의 현안들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이 필지의 사실로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지역문제타결에 있어서 뿐 아니라 핵을 소유한 중공은 군축문제 등 세계적인 문제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은 당연하다. 중공의 영향력은 가장 가깝게는 선거를 불과 1년 앞두고 「닉슨」이 타결에 고심하고 있는 월남문제에 극적인 매듭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 대만문제의 경우 유엔의 대표권문제는 표의 향방에 맡기고 「대만해방」의 거론 없이 대만을 어떤 형식이든 존립케하는 방법이 미·중공간에 묵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렇게 볼 때 우리로서는 한반도의 장내에 상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반도가 전 「아프리카」 대륙의 군사력을 능가하는 군비를 갖고 항상 전쟁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 이에 따라 「닉슨」이 월남다음으로 「닉슨·독토린」을 적용, 주한미군감축 등 긴장완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관심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닉슨」대통령의 극적인 발표가 대만 등 우방국에 통고된 것이 불과 30분전이었다는 사실은 「닉슨」대통령이 새로운 미·중공관계가 우방국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에 관계없이 주변국가 문제가 열강의 막후교섭에서 요리될 의구심을 배제해주지 못하고 있다.
미·중공 관계정상화가 기정 사실화한 이상 한국이 그 테두리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항상 예외적인 처우가 보장된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자세가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반도의 입장은 중공·일본의 중심권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미국의 함수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게될 것이므로 한국외교의 촛점과 폭도 다원화해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요컨대 세계 새 질서의 정립이라는 요청아래 상호전략 및 전술적 이해에 따라 국제기상도를 펴나갈 미·중공관계는 국제정치의 새 기원을 이루었음에 틀림없다. <조성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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