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침묵 깬 「사르트르」 작가 플로베르 연구서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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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프랑스의 「장·폴·사르트르」(66)가 최근 『「보바리」부인』의 작가 「구스타브·플로베르」를 주제로 한 연구서 『가족중의 백치』를 출간, 파리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르트르」가 1964년의 『말』이후 침묵을 깨뜨리고 발표한 이 책은 2천1백48 페이지의 방대한 연구서로 2권에 나누어 제1부를 이루고 있다. 3, 4권의 제2부는 5년만에 속간될 것이라는데 「사르트르」는 그가 「플로베르」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 『존재와 무』를 발표하던 2차 대전 당시부터이며 이 주제를 더욱 깊이 연구하기 위해 15년만에 그 일부를 완성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가로·리테레르」지는 한인간을 완벽하게 파악하려는 이 『가족중의 백치』 는「플로베르」의 전기라기보다 『「사르트르」사상의 총화』라고 평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사르트르」의 『변증법적 이성비판』의 이론적 도입부로 널리 알려진 『방법론 서설』의 발전적 결과의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플로베르」의 초기작품과 서한집, 미발표된 문서 등 풍부한 자료를 수집, 심리학적·사회학적·언어학적인 면에서의 인간의 형성과정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르트르」는 이 작품을 내놓으며 『인간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과 인간상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르트르」는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플로베르」를 정말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올바른 정보와 방법론만 가지면 모든 인간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르트르」는 이 책에서 한 어린이가 사회를 어떻게 자신의 내적 우주에 흡수하는가를 밝히기 위해 정신분석학적 방법론을 쓰고 있다.
그는 「플로베르」가 근대 소설의 창시자로서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그가 백치였다는 가정에서부터 출발시키고 있다.
「사르트르」는 「플로베르」가 앓았던 것으로 알려진 간질병을 「히스테리컬」한 「정신쇠약증세」라고 말하며 바로 이 「노이로제」야 말로 「플로베르」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플로베르」는 정신과의사 앞에서와 같이 자기자신을 편지 속에 모두 쏟아놓은 작가이며 어렸을 때 자기를 상실한 패배감을 책으로 기록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현재 출간된 제1부 2권에서 순전히 「플로베르」의 「본질과 인간형성」을 다루고 있고, 곧 출간예정인 3권에서는 그 「플로베르」가 처해있던 19세기 시민사회를 유물사관의 입장에서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즉 「플로베르」의 예술지상주의가 그의 「개인적 갈등의 결과」가 아니라 「객관적인 정신의 발로」라는 것이다.
제4권은 「플로베르」가 인간으로서의 패배를 작품으로 승리한 『「보바리」부인』을 철저히 분석, 작품구성상의 기교를 밝히고 싶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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