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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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학기가 종강이 되면 시험이란 건너기 귀찮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방학이란 안식처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도 예외 없이 한 학기를 마치고 나서 대학생활에서의 마지막이 될 방학을 맞게되니 새삼스러운 감회와 각오가 앞서나 매년 그랬듯이 이번 방학도 별다른 일없이 허송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다.
방학을 맞을 때마다 주위에선 이러쿵저러쿵 여러 가지로 이상적인 방학을 이야기하지만 공감이 가는 신통한 말이 없었으나 얼마 전 L교수가 한 말은 방학을 맞는 대학생들에 대해 일반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우리가 방학을 맞는 것인가 방학이 우리를 맞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즉 우리가 시간을 지배하느냐 우리가 시간에 지배당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었다.
또 L교수는 『우리가 한정된 시간을 충만하게 보냄으로써 거기에 후회를 남기지만 않는다면 시간을 지배하는 주체적 인간이 된다.
지난 1학기의 시간은 다난한 시간이었다. 교련강화에서 비롯된 학원의 파동은 양차선거라는 사회적 물결을 뒤집어 쓰면서 학원의 「아카데미즘」을 수학의 면에서보다, 행동의 면에 보다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고 학생운동은 지식의 전공화라는 본연의 자세보다 사회적 현상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함으로써 방학을 맞는 나 자신 자성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해마다 맞는 방학이지만 특히 이번 방학은 새삼스럽게 많은 교훈과 숙제를 남겨주었다. 그것은 나자신 대학생활에서의 마지막 방학이어서라기보다 지난 l학기동안의 「캠퍼스」가 여러 가지 「이슈」로 소용돌이에 휩쓸렸었고 그로 말미암은 학생들의 선의의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방학중에 우리들 자신의 노력여하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L교수의 말씀대로 시간을 극복하는 주체적 인간이 되는 것이 이번 방학을 이상적으로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시행(성대섬유공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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