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히든 싱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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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04면

원조 가수와 모창 가수들이 벽 뒤에서 누가 진짜인지 노래 대결을 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 싱어’(매주 토요일 밤 11시). 지난주 마침내 이변이 일어났죠.

모창 가수가 원조 가수보다 더 원조 가수 같다는 관중의 평가를 받으며 우승한 겁니다. 주인공은 팝페라 그룹 ‘라스페란자’에서 테너로 활동하는 장진호(31)씨와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45). 단 2표 차이였습니다.

원인 분석은 구구합니다. 우선 신승훈의 음색과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이날 불린 노래는 ‘I Believe’(2003) ‘처음 그 느낌처럼’(1993) ‘미소 속에 비친 그대’(1991) ‘보이지 않는 사랑’(1993)으로 20년도 넘은 곡들이 대부분인데 100명의 평가단은 ‘젊은 날의 신승훈’을 열심히 연습한 장씨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신승훈은 그동안 재즈와 힙합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음악적 실험을 꾸준히 해왔죠. 마침 2008년 시작한 ‘3 Waves of Unexpected Twist’ 시리즈를 완성하는 스페셜 앨범 ‘Great Wave’가 23일 공개됐는데, 타이틀곡 ‘Sorry’는 나오자마자 벅스·소리바다·몽키3 등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저도 카페에서 모창 가수로 시작했습니다. 그 초심을 되찾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며 후배를 안아준 그는 진정 ‘미소 속에 비친 그대’였습니다. 11월 9일 그의 콘서트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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