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부수 올리는 대학가의 지하 신문들|시험기 도서관의 얌체…임자 없는 책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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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주 서울대의 「대학신문」「형성」(문리대) 「청량원」(사대) 「피데스」(법대) 「상록」(농대) 「상대평론」(상대)등의 편집자들이 공동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하의 대학 언론은 학생들의 언론 활동이 아니라, 교수나 당국의 언론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장이 발행인으로 되어 있는 학원 내의 정기 간행물들이 「간행물 발간 규정」의 까다로운 제약 때문에 대학가의 「핫·이슈」가 생길 때마다 학생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데….
휴업령으로까지 번졌던 지난번의 학원 소요에서는 학생들이 시험지에 「프린트」물로 낸 몇 「서클」의 회지가 사실상 대학 언론의 구실을 하기도 했다. 학생 사회에서는 「대학가의 지하 신문」으로도 통하는 이들 간행물을 보면 서울대 법대 사회법학회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내는 「자유의 종」(자유의 종 동인회·21호)을 비롯, 이대의「새얼」(새얼회·4호), 고대의 「산지성」(한국 민족 사상 연구회·창간호), 연대의 「내 나라」(한국 문제 연구회·47호)등과 전국 대학 언론인 협회가 지난 5월11일 협회 창립과 함께 창간호를 내고 6월29일자로 8호가 발간된 「필맥」등이다.
「자유의 종」이 학교 당국의 폐간 강요에도 계속 매호 2천 여부를 발간하고 「내 나라」가 서울대 휴업령 때에는 4천 여부를 발간하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각 대학의 신문들에 대한 학교 당국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내 나라」의 편집인 김용석 군 (연대 정외과 2년)은 『같은 주간이면서도 엄격한 규제를 받는 대학 신문은 학생들의 문제 감각에 대한 「센스」가 없을 뿐 아니라 과감한 주장도 없다』는 말로 대학가에서 이런 종류의 「서클」회지가 인기 있는 이유를 말했다. 이러한 김 군의 주장은 「필맥」창간호 1면의 『필맥의 기치 아래 단결하라』는 학생들의 논설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 논설은 『대학의 소리의 대변자인 우리 대학 언론인들은 얼마나 많은 대학의 소리를 외면하도록 강요되어 왔는가?』라고 진단했다.
한편 시계를 팔고 끼니를 걸러가면서 등사실에서 밤을 새우곤 하는 이들 회지의 편집자들은 『한 호를 낼 때마다 학교에서는 논조를 부드럽게 하라는 부탁과 함께 물량 공세를 걸어 올 때 어깨가 더욱 무거워짐을 느낀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하기 방학을 1주일 남짓 앞둔 대학가는 학기말 시험을 맞아 학점 취득 작전에 여념들이 없는데…. 평소 무용지물처럼 외면만 당해 오던 도서관이 자리 잡기가 극히 어려운 실정. 그런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의 눈 쌀을 찌푸리게 하는 얌체족속들이 속출하여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고. 내용인즉 책가방만 외로이(?) 의자를 지키고 있어 모처럼 찾은 도서관행이 허탈감만 안겨준다고. 그런데 기이한 현상은 시험 때가 되면 도서관을 찾는 학생수가 평소의 3배 이상이나 되지만 대출 도서는 평소의 반도 못되는 현상. 이에 도서관 관계자들은 도서관이 시험 때만 공부하는 자습실이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착잡한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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