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표 관리 시도|교육 연구소의 교수 효율화 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교육 과정의 추상적 교육 목표를 현실적이고 행동적인 차원으로 세분하여 교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중앙 교육 연구소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목표 지향 교수 효율화 계획」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교수-학습 과정의 실제를 운영해 나가는데 필요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중앙 교육 연구소는 7월초에 이 계획에 참가하고 있는 전국의 1천40개교 (국·중 각 5백20교) 에 평가지와 학습 지도안을 발송한다.
국민교 3·4학년, 중학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전 교과에 걸쳐 학습 지도안, 평가 자료, 평가 자료 해설, 평가 결과 활용 지침 등을 개발한다. 빗나간 활동으로 빚어지는 교육적 낭비를 막기 위해 모든 교육 활동을 목표 지향으로 끌고 가게 하는데 주안점을 둔 이 계획은 ①각 학습 내용에서 달성되어야 할 구체적인 지도 목표를 명시하여 목표 지향적 교수 활동을 촉구하고 ②교육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적절한 교수 활동을 제시함으로써 교수의 효율화를 기하며 ③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평가함으로써 지도 목표 달성도를 측정하는데 도움을 주며 ④학습 성과의 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교육 과정을 반성, 개선하게 하는 순환 과정을 주기적으로 계속하여 각 학교의 교육의 질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킨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계획은 한국 교육 25년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중앙 교육 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연초부터 25년간의 한국 교육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관해 협의를 거듭해 왔다. 여기서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는 지난 25년간의 한국 교육이 지나치게 입시 준비 교육에 편중됨으로써 교육의 방향이 크게 흔들려 왔으며 그 여파는 중학 입시가 없어진 오늘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운영을 면치 못했던 교육계는 중학 무시험 제도의 실시로 교육을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시험 합격이라는 종래의 목표는 상실하였으면서도 이에 대체될 본질적 목표 의식은 정립되지 못했다.
두번째 결론은 국민 교육 헌장을 비롯하여 교육법·교육 과정 시간 배당 기준령 등에 규정된 교육 목적이 추상적인 개념으로 엮어져 있으며 행동적 개념으로 구체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뒤따르는 교육 내용과 방법이 명료하게 체계화될 수 없었다. 세번째는 8·15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론」과 「주의」와 「운동」이 교육 개선을 위해 연구되고 제기되고 혹은 전개되었으면서도 정작 교육 헌장에 파고드는 노력은 없었다는 점이다. 매우 소망스러운 이론, 받아들일만한 주의, 「붐」을 이룬 운동은 있었으면서도 이것이 구체화되어 교육 헌장에 정착되지는 못했던 까닭으로 유행병처럼 교육계를 휩쓸고 지나갔을 뿐 교육의 실질적인 개선에는 공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네 번째 결론은 교육의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 평가 활동이 본래의 뜻을 잃고 빗나간 방법으로 실시되어 그 폐단이 교육의 본질에까지 미쳐왔다는 것이다. 질 낮은 시험 문제가 판을 쳐 학생들의 학습 방향과 수준마저도 제약했다.
더우기 교육 평가 활동이 당초의 교육 목표와 연계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교육 목표를 외면한 상태에서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량만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섯번째의 결론은 우리의 교육 헌장이 처해 있는 조건들은 너무나도 불비한 것이 많으며, 이러한 여건들의 참다운 이해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 개선 노력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젯점으로 몇 가지만 보아도 ⓛ교사의 부담, 특히 사무 부담이 과중하여 교재 연구를 충실히 할 수 없으며 ②학급당 아동수가 한계를 넘고 있어 교수 방법 및 기술의 선택에 한계가 있으며 ③교육 재정의 부족으로 교육 개혁을 위한 노력에 제한을 받으며 ④교육 기재가 전무한 상태다.
여기에다 전국적으로 무시험 진학 제도가 실시된 이 싯점에서 교육 개선을 위한 노력이 강력하게 요청되고 있으며 중학교의 평준화를 위한 노력은 교육 내용에서 더욱 절실하게 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교사의 재교육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사의 자질 향상을 위한 각종 자료의 보급 또한 절실한 요청이다. 여기에 착안한 중앙 교육 연구소의 시도는 발전 교육의 연구라는 최근의 세계적 추세에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미국 「플로리다」대학의 국제 교육 연구소로부터 호의적 반응도 받고 있다. 이 계획의 가장 어려운 점은 경비의 조달이다. 참가학교로부터 연구회원교는 학급당 연 6천원, 일반 회원은 학교 당 연 1만5천원씩을 받고 있는데 이는 지금의 학교 형편으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시·도 교위로부터도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외국에서 「스폰서」를 물색하여 회원 학교의 부담을 더욱 줄여 주어야겠다는 것이 교육계의 의견이다. <권순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