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의 인수>
일본군의 방송국 포위경계는 9월 8일까지 계속되었다. 이때까지도 제1방송은 일어, 제2방송은 한국어로 계속되었다. 9월 8일 밤 10시쯤에 방송국에 미군 중령 한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났는데 이 사람이 「헤이워드」였다.
「헤」중령은 내가 미군 선발대이며 선발대의 「넘버·원·맨」이라면서 경비하는 일본군을 철수시켰다.
이튿날인 9월 9일에 조선총독의 항복 식이 있었다.
이 항복식 취재에는 문제안 기자와 민자호「아나」, 그리고 일본인 두 사람 등 모두 네 사람이 갔는데 「패스·포트」가 없어서 중앙청입구에서 미군헌병에게 저지 당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가 「필리핀」 종군기자의 주선으로 2명만 들어가게 되어 민씨와 일본인기자의 둘이 들어갔다.
그런데 미군이 인천으로 상륙하기 시작한 무렵 방송국에서 장운표씨가 행방불명 됐으나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장운표씨는 독단으로 인천으로가 상륙하는 미군에게 방송국 「아나운서」라고 신분을 밝히고 접촉하여 미군과 같이 항복식장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서 역사적인 항복식장에는 2명의 한국인 기자가 참석, 생생하게 목격했다.
조인식은 일본말을 먼저하고 한국말을 했는데 꼭 10분만에 끝났다.
이날이 방송국으로서는 가장 뜻깊은 날이 되었다.
하오 4시에 한국인 직원들이 일본인 직원들에게 제1방송과 제2방송의 지휘를 바꾸자고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인 직원들은 이 요구에 대해 『그런 명령은 미군만이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려 약간의 말썽이 있었다.
높은 언성이 오갔는데 여기에 화가 난 내가 『기미라 이쓰마데 간바루 쓰모리까』(자네들 언제까지 버티겠다는 거야)하고 한마디하자 그때서야 고개를 푹 숙였다.
이 때가 5시로 「뉴스」시간이었다. 제1방송은 동경에서 오는 시보와 「뉴스」를 받고 있었는데 일본인 직원들이 아무 말 못하는 사이에 한국인 직원이 제1방송실로 뛰어올라가 시보가 울리는 것과 동시에「뉴스」를 끊고 우리말 방송을 해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이혜구씨가 제1방송과 제2방송을 바꾸는 절차를 서식으로 확인하자고 요구하여 즉석에서 미농지에 대고 문안을 만들고 일본인 직원이 서무과에서 도장함을 갖고 와서 찍었다. 이혜구 과장이 먼저 부른 사람이 문제 안씨였다. 이 서류를 체신 국에 제출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1927년 2월 16일 일본말로 시작됐던 경성방송국이 우리방송으로 된 것이다. 9월 9일에 지금까지 쓰던 JODK의 「콜사인」은 물론 서울 「라디오·스테이션」의 명칭도 없애고 새로 KBS의 「콜사인」을 채택했다.
방송국이 한국인의 손에 넘어오자 방송국장 겸 기술부장이던 일본인 「시노하라」는 전국 각 지방 방송국을 향해 『여러분, 이제 한국은 독립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시설을 하나도 상하지 않게 한국사람에게 넘겨줘야 합니다』고 과학자다운 말을 했다.
방송국을 인수받은 이혜구씨는『우리는 일제를 위해 방송을 했다. 단죄를 받아야한다』 면서 『정말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이 시설을 잘 보호해야한다』고 직원들을 격려하여 좌익에서 여러 번 기도한 방송국 접수책동을 막아냈다.
8·15직후 귀국한다고 부산으로 갔던 일부 일본인이 다시 서울로와 아직 많은 일본사람이 있으니 방송으로 편의를 봐달라고 하여 한국어 방송 뒤에 일본말 방송을 끼워주기도 했다.
패전당시의 조선방송협회 회장은 감자이었는데 그는 패전직후 이정섭 한덕봉 권태웅 이혜구씨에게 방송협회를 맡아달라고 하여 이정섭씨가 방송협회장, 한덕봉씨가 기술부장, 권태웅씨가 총무부장, 이혜구씨가 경성방송국장으로 임시 취임했었다.
이때까지 방송국에는 앞서 회에서 언급한 사람이외에 전동익 임병현 김봉재 윤준섭 모윤숙씨가 있었다.
모윤숙씨는 해방되자 곧 방송국을 떠났다.
이제부터 진짜 우리의 방송이 됐지만 또다시 시련이 있었다. 미 군정청이 고문관을 보내 방송을 관장했고, 갖가지 영어로 된 신분증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계속>계속>방송국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189)<제13화>방송50년(18)이덕근<제자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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