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육상 경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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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스포츠」의 꽃인 육상을 관할하는 대한육상연맹이 회장의 돌연한 사임으로 방향타를 잃고 갈팡질팡, 육상애호가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있다.
육상경기연맹은 지난 16일 전격적으로 김현옥 회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김혁진 부회장을 회장대행으로 선출, 한창 「시즌」중에 행정적인「딜레머」에 빠지고 말았다.
김현옥 회장의 사임은 국회의원선거에 따른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라고도 하나 육상인의 미지근한 협조체제가 회장을 도중하차시키기에 이르렀다고 하는 일부「스포츠」인들의 풀이도 있다.
지난 1월 13일의 육상경기연맹대의원총회는 박력 있는 행정가로 이름높은 김현옥 전 서울시장을 회장으로 선출하고 방대한 사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으로 계속 침체해온 육상계의 부흥을 꿈꾸어왔던 것. 「헤비」급 회장을 맞은 육연은 20여건의 사업비 1천 5백만 원과 지방보조비 5백만 원 등 2천여 만원의 예산으로 활발한 연맹운영을 꾀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태는 역전, 끝내는 회장이 사임하고 사업계획은 백지가 되고 말았다.
모든 예산을 뒷받침하겠다던 김 회장은 취임 후 계속 연맹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고 국회의원 선거 후에는 연맹과 절연상태이다가 드디어 사임하게 된 것.
회장의 사임은 연맹 자체에도 큰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으나「스포츠」단체에서 회장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 회장의 임기중 사임은「스포츠」계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 된다.
회장 사임이 회장 자신으로서는 어디까지나 개인문제인 것임에 틀림없겠으나 연맹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크나큰 문제이며, 반대로 경기 인들의 회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끝내 경기단체를 혼란 속으로 집어넣게 된다는 교훈을 남기는 것이다.
아무튼 육상경기연맹의 현안 문제는 조속히 새로운 회장을 선출, 연맹 행정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육상이 경기 인들의 미온적인 협조체제로 자체발전의 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역대 회장들도 깊은 불신 속에서 사임해야만 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회장선임도 극히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단지 전체 육상인의 단결만이 이 난국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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