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운영의 효율화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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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운영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으로 입법계획 제를 채택할 것과, 국회운영위원회의 강화방안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실례로 일부 신문보도에 의하면 여야는 국회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회기 초에 여-야 원내총무 단이 그 회기 중에 처리할 의안에 대하여 종합계획을 세울 것을 명문으로 제도화하는 입법계획제도의 채택여부 ②총무단과 운영위의 업무중복을 피하기 위한 방안 ③상임위 중심으로 의회를 운영하되 본회의에서의 의안처리과정을 신중히 하기 위한 방안 등을 그 검토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회사상 처음으로 여-야가 양적인 균형을 이루게 된 8대 국회에서도 종전과 같이 한편에서 수에 의한 위력을 과신하는 다수당의 횡포가 행해지는 반면, 또 한편에선 좌절과 절망에서 몸부림치는 소수당의 극한 투쟁이 맞선다고 하면 국회운영은 중대한 난관에 부닥칠 우려가 다분히 있다고 따라서 8대 국회에 비로소 두드러지게 나타난 양적인 변화는 국회운영상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는 경우에 라야 만 균형의회의 건전한 생리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가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여 국회운영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고 그것부터 입법에 반영시켜 나갈 필요가 큰 것인데 우리는 8대 국회 개원 전에 여-야가 이 문제에 관해 적절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
종래 우리 국회운영의 치명적인 결함은 여야 의석수의 심한 불균형으로 다수당이 소수당의 존재의의나 주장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러 들고, 또 소수당이 절망적인 저항을 벌이게 된 결과 양자간에 격돌이 벌어지고 귀중한 시일을 허송하다가, 회기 말이 되면, 불과 하루 이틀 혹은 수 시간 동안에 7, 8개로부터 심지어 수 10개씩의 안건을 무더기로 처리하곤 했다는데 있다. 이 까닭으로 예산안이나 법안의 심의·통과는 물론, 모든 안건의 처리가 졸속을 면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한 당연한 귀결로 우리 나라 의회정치를 『낭비와 비 능률의 표본』과도 같은 인상을 주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따라서 여-야 합의로, 회기 중 처리할 안건에 대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예정된「스케줄」에 따라서 하나 하나의 안건을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입법계획제도의 채택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입법화하는데 있어서는 입법기술상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입법계부제의 실시가 국회운영의 기동성·신중성을 저해해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7대 국회의 운영상황을 되돌아보면 원내총무 단이 국회운영 일정에 너무 깊이 관여한 탓으로 그 문제를 다루는 법적 기관인 운영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었다. 이는 원내총무 단 간에 정치타결 없이는 여야의 과열한 대립으로 국회를 도저히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던 7대 국회의 특이한 정치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이와 같은 운영방식이 일종의 탈선이었음은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운영위는 구 법적 기능을 최대한으로 살려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요, 여-야 총무 단 중 몇 사람이 운영위원을 겸함으로써 총무단과 운영위의 업무중복을 피하도록 해야한다.
국회에서 다루는 안건이 해마다 늘어나고, 또 개개의 안건 처리가 상당히 높은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게 된 오늘의 시대적 추세에 비추어 국회운영을 상임위 중심으로 해 나간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상위는 어디까지나 예비심사 기능만을 갖고 있는데 불과한 것이므로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도 본회의에서 이를 다시 신중히 다루어야할 필요가 크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군다나 같은 상위소속의원이 여-야를 막론하고 특정안건을 심의, 통과시키는데 있어 집단적으로 정실 또는 부정에 물들 가능성이 없지 않고, 또 상위를 통과한 의안내용이 진정한 국민여론과 어긋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우리의 현실에 있어서는 본회의가 단순한 형식적인 동의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의회정치의 낭비·비 능률은 국민으로 하여금 의회정치를 외면케 하는 근본적인 요소이다. 이점, 우리 국회는 한동안 그 도가 지나쳐 거의 한계상황에까지 도달했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우선 운영 면에서부터 합리적인 개선을 대담하게 시도해야할 것임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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