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속도 떨어진 주택 매매시장 ‘바퀴’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안장원기자] “한 달 새 4000만원이나 올랐더군요. 참, 나~”

집을 살까 고민 중인 한 지인이 내뱉은 한숨이다. 그는 두어 달 전부터 부모님이 살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부모님만 살 집이어서 클 필요 없어 전용 60㎡ 안팎 아파트를 물색하고 있었다.

지금 사야 할지, 좀더 기다렸다 사야 할지를 두고 저울질하다 어느새 두 달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그 사이 고민하던 아파트값이 5억1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훌쩍 뛴 것이다. “더 오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다시 좀 더 기다려야 하나.” 그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서울에서 팔고 산 아파트가 5448가구다. 10월이 끝나려면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벌써 지난달 거래량(4195가구)보다 30% 늘었다. 지난해 10월(4026)보다는 35% 가량 증가했다.

8ㆍ28대책의 효과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요즘 중개업소 사장님들의 공통된 말은 “문의가 줄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졌어요”다. 특히 이달 초 3000가구 시범사업 당첨자가 선정 발표된 공유형 모기지 약발이 떨어진다고 한다.

공유형 모기지를 신청하기 위해 중저가의 중소형 아파트 수요가 확 늘었는데 당첨자 발표 이후 매수세가 확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동향에서도 느껴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상승폭은 줄어들고 있다. 8?28대책 후 10월 둘째 주에 주간 상승률(서울 0.2%, 전국 0.18%)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주 0.16% 올랐고 이번주에는 0.12% 줄어들었다.

10월 둘째 주까지 거래량 크게 늘고 상승세 확대

상승세 둔화에는 시끌벅적한 국회도 한몫하고 있다. 정쟁에 8ㆍ28대책 후속 법안들의 처리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유형 모기지는 법과 상관이 없어 정부에서 시행할 수 있지만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효력을 갖는다.

앞선 대책들도 그랬지만 부동산대책은 국회에서 ‘완성’되는 셈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미적대거나 대책 대로 법안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대책 발표가 가져온 온기는 금세 싸늘하게 식을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주택구입을 장려할 만큼 강도가 꽤 센 이번 대책이 본궤도에 제대로 오르지 못한다면 시장의 앞날은 이전보다 더 암울해질 수 있다 정부 대책을 믿고 9월 이후 서울에서 주택 수요자들이 구입한 아파트가 9600여 가구다. 금액으로 치면 3조원 가량 된다.

주택시장에 냉기가 다시 돌게 되면 절정기를 맞고 있는 가을 분양시장에도 타격이다. 집값 상승과 거래 활성화 기대감이 꺾이면 새 아파트를 분양 받는 데 주저하게 된다.

구르던 바퀴가 멈추면 다시 굴리는 데 많은 힘이 든다. 구르고 있을 때 더 속도를 내게 하기가 훨씬 쉽다. 주택 매매시장의 바퀴가 정지하기 전에 국회가 힘을 보탤 때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