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에러·부품 불량 전동차 안전 곳곳 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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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지하철 전동차의 안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소속 5호선의 경우 전동차의 컴퓨터 자동제어 시스템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도시철도공사 소속 차량에서 발생한 3백여건의 컴퓨터 관련 오작동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5호선에서 발생했다.

특히 10분 이상 운행이 중단된 일곱건의 사고 중 네건이 5호선 전동차에서 일어났으며 모두 컴퓨터 오작동에 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3일 개화산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정지 사고도 마찬가지다.

도시철도공사 노조 측은 우리나라의 선로 조건과 현격히 다른 유럽식 자동제어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럽의 선로는 지상구간이 많고 직선인 반면 우리는 곡선 및 지하구간이 많은 데다 기후도 큰 차이가 있어 민감한 컴퓨터 시스템이 자꾸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운행 환경의 차이가 아니라 컴퓨터 용량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먼저 개통된 5호선의 컴퓨터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오작동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작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공사 소속 2.3호선 전동차 일부는 사고 위험성을 지닌 제동장치를 부착한 채 운행 중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에 따르면 지하철 2.3호선 객차 8백20여량은 '7스텝'이라는 제동장치를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으나 불량률이 높아 최근 들어 제동장치의 공기압을 조절하는 장치에 이상이 생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 김천호 교육선전실장은 "지금까지는 운전 중인 전동차 한대에 딸린 10량 가운데 1~2량의 제동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넘어갔지만 7~8량에서 동시에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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