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딸 위해 17년간 하루도 안 쉬고 타국서 29억 모은 돈 동양증권 때문에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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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증 장애인 딸을 위해 캐나다에서 17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번 돈 29억원을 동양증권 직원의 거짓 설명을 듣고 투자했다 날렸습니다.” 동양증권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의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원고는 중증 장애인 딸을 둔 캐나다 동포 이모씨. 그는 20여 년 전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 치료를 위해 1996년 캐나다로 갔다. 선진 의료기법으로 나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딸이 뇌수술을 포함한 7번 대수술에도 차도를 안 보이자 서서히 사라져 갔다. 결국 이씨는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 딸이 부모가 죽은 뒤에도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목돈을 남겨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투자처를 찾아나섰다.

 그때 이씨에게 동양증권 직원 배모씨가 연결됐다. 이씨는 “장애인 딸이 나중에 쓸 돈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원금 보장돼야 한다”고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하지만 배씨가 캐나다에 있는 이씨에게 e메일로 소개한 상품은 원금 보장이 안 되는 기업어음과 회사채였다. 배씨는 동양그룹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도 “동양증권 사장이 책임지고 확인했고, 신용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결국 29억원을 투자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동양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씨의 피해액은 개인투자자로는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이씨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송에서 일단 2억원을 배상액으로 청구했다. 이씨 측은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와 부당권유 금지를 위반한 만큼 동양증권은 손해를 전액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동양의 법정관리 추이를 봐가며 청구액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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