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정신의 생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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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일은 열여섯번째로 맞이하는 현충일이다. 현충일은 56년4월25일 국방부령 제27호로 순국장병의 영령을 추모하는 국기 일로 제정되었다.
이날을 기하여 우리 모든 국민은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싸우다 호국의 신으로 산화한 전몰군·경과 선열들의 충성 어린 영령에 대하여 생전의 위훈을 추모할 뿐만 아니라 그 명복을 벌게 된다.
생각컨대 멀리는 일제시 독립운동에 희생된 선열들, 6·25당시 공산침략군과 맞서 싸우다 산화한 군·경과 그리고 최근에는 월남전선 또는 대 간첩작전에서 전몰한 장병들은 다같이 우리의 위대한 애국자들이다. 『촛불은 남을 비추어 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태운다』는 옛말이 있거니와 우리의 선열과 전몰·군경은 자신의 생명을 초개와 같이 내던짐으로써 이 나라의 앞날을 빛으로 인도하고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수호한 것이다.
다시 맞는 현충일과 더불어 경건한 마음으로 영령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명복을 빌되 우리는 우선 대아와 대의를 위한 국민정신을 앙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저마다 자기 생활에 바삐 돌아가다 보면 사람은 흔히 눈앞의 사리만을 계산하게 되기 쉽다. 우리는 좀 더 대승적인 입장에서 옳고 그른 것을 판가름하며, 소아보다는 대아를, 불의보다는 대의를 좇는 마음가짐을 길러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에는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만이 억울하다는 풍조가 없지 않다. 성실하게 일하면 바보취급을 받는다는 말도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풍조가 어디서 파생했는지는 몰라도 현충일과 더불어 우리가 곰곰 생각하고 반성할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한다. 국민성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올바르게 정화 발전시킨다는 것은 현충일을 맞이해서 다시 한번 다짐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이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의 유가족을 비롯하여 많은 상이군·경들에 대한 원호활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하도록 나라전체의 기풍을 고취시키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6·25때 전사한 유가족이나 상이군·경의 경우는 벌써 20년의 세월이 흐름으로써 이래저래 생활이 정착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네들 가운데는 아직도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생을 영위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월남전선에서나 대 간첩작전에서 전사한 유가족의 경우는 그 대부분이 아직도 그 슬픔조차 가시지 않은 채 목 메이게 원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가족이나 상이군·경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그들의 생활을 직접·간접으로 도와주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자랑스런 국민적 기풍으로 삼도록 해야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정부는 현충일을 전후해서 1일부터 10일까지를 『원호의 기간』으로 설정하고 각종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2인 이상 전사자 유족에게 건국이래 처음으로 훈장을, 그리고 모범 원호대상자에게는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 및 원호처장의 표창장을 수여하며, 정부관서 및 각 기관·국영기업체별로 원호대상자, 집단 촌과 원호병원 입원환자, 국가수용기관의 대상자를 방문하여 위문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한낱 행사로 그쳐져서는 안되며 좀 더 아쉬운 것은 원호대상자를 마음으로부터 보살피는 것을 은연중 생활화하는 기풍이라 할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시책과 함께 국민자신들 사이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현충정신의 재음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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