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지도체제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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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총선이 끝나고 7월부터 8대 국회가 개원을 하기로 되었는데, 이에 따라 여·야는 공히 당 지도체제를 개편치 않으면 안될 입장에 서 있다. 공화 신민 양당은 모두 의회주의 정당이므로, 이번 총선으로 양당에 속하는 국회의원 명단이 각각 크게 바뀌어진 이 싯점에서 새로운 세력분포를 반영시키는 한편, 당 체제도 선거체제로부터 평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어차피 당 지도체제의 근본적 개편을 서둘러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공화당은 내주 안으로 운영회의 등 긴급회의를 연 뒤 박정희 총재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리라 하는데, 이 사표는 6월말께에 있을 원내요직인선과 시기를 맞추어 처리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화당의 당요직과 원내요직선정, 그리고 내각개편 등은 주로 여당총재인 박대통령의 완전한 자유재량에 달려있다. 따라서 박대통령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현재 항간에 유포되고 있는 갖가지 인사설은 한낱 억측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이 당요직이나 원내요직에 누구를 앉히고, 또 개각을 어떤 범위로 하는가는 공화당이 바로 집권당이기 때문에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당 지도체제개편이나 개각에 관해서 우리가 요망하고 싶은 것은 ①박대통령이 3선 임기에 접어들고 제8대 국회가 개원되느니 만큼 정부·여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국민의 부푼 기대에 부응키 위해서도 될 수 있으면 그 개편의 범위를 넓히고 ②당 요직과 원내요직의 인선에 있어서도 가급적이면 신인을 많이 발굴 기용토록 해야 할 것이며, 개각의 인선범위도 이를 되도록 확대하여 8대 국회 아래서의 공화당정부는 결코 일당일파의 정부가 아니라 전국민의 정부라는 강력한 인상을 주도록 배려할 것이며, 또 ③상기 어느 경우에 있어서도 부정부패의 혐의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자들이 선정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싶다. 이렇게 함으로써만 정부·여당은 국민과 함께 새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안보와 경제적 성장, 그리고 남북통일이란 벅찬 과제를 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신민당은 내주 중 정무회의와 당선자 회의를 열어 당 지도체제정비문제를 협의하리라고 전한다. 신민당은 총선 등록 마감 직후에 터진 「진산 파동」을 안고, 잠정적인 과도체제를 가지고 총선을 치러 왔으므로 조속히 전당대회를 열어 가지고 당 지도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할 형편에 놓여있다. 신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89석을 획득, 「대야당」으로 등장하여 집권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므로 지난날 원내의석수가 적던 시대와는 달리 지도체제 확립에 있어서 대담하고 참신한 인사재편성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진산 파동」은 국민사이에 신민당의 당수부터가 집권세력과 내통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사게 함으로써 신민당의 「이미지」를 크게 흐려놓은 사건이었다.
다행히도 신민당은 그 「진산 파동」으로 입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 문제를 신속 또 적절히 처리치 않는다고 하면 국민의 두터운 신임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신민당은 그들이 순수·선명 야당이 되리라는 기대 밑에 많은 국민이 표를 모아주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앞으로 「믿을 수 있는 야당」이라는 강력한 인상을 국민의 심상 속에 부식토록 행동해야 한다.
현재의 신민당에 곧장 정권을 인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는 동당에 모여있는 인재의 범위로 미루어 적지 않은 의심이 있다. 따라서 동당은 스스로 문호를 넓게 개방하여 재야세력을 흡수하여 대동 단결하는데 선도역할을 해야함은 물론, 그 밖의 각계 각층으로부터도 유의한 인사를 널리 포섭하여 4년 후에는 누가 보아도 정권을 인수할만한 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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