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의 새 장 균형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8대 국회는 공화·신민 양당에 함께 국정에 대한 책임을 맡긴 「균형의 국회」가 됐다. 2백4석중 공화당은 1백113석으로 반수에서 12석을 넘어섰고, 신민당은 89석으로 반수에서 13석이 미달, 절대수로 보면 여당은 과반수 선을 확보했다.
그러나 12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공화당이 모두 차지한다면 상임위의 위원은 여야동수가 되는 셈.
따라서 지금까지 되풀이됐던 여당의 독단적인 일 처리는 사실상 어려우며 여당의 독주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났던 야당의 극한적인 반대투쟁도 자연히 사라질 가능성을 높였다.
물론 여당이 과반수 선만으로도 결속해서 시책의 강행을 기도할 수도 있고 무리지만 국회를 기피하려 든다면 여야의 만만찮은 대립으로 인한 의정의 비능률의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는 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여야의 절충과 대화의 필요가 높아졌으며 그 가능성에 훨씬 더 기대를 가져도 좋을 듯 하다.
필요성이 높아진대로 여야간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원활해진다면 여야관계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개선을 전제로 한다면 야당의 견제기능이 발휘되고 이것은 바로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의 강화로 통하게 된다. 종래의 국회는 행정부의 시책을 여당이 그대로 밀어붙이고 그 결과 의회는 행정부의 시녀화 경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젠 신민당은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재적 4분의1이상)하여 단독으로 의사(재적 3분의1이상)를 할 수 있으므로 공화당의 불출석으로 인한 국회유회 전술은 쓸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은 3분의2선 상실로 정치행동반경에 한계를 갖게돼 「75년의 굽이」는 그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게됐다.
행정부가 의회 특히 국회 속의 야당을 의식해야 하게됐고 여당의 독주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여당의원까지도 행정부에 대한 발언이 강화될 것이다.
종래 여당은 야당을 가리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한다고 했다. 그 말을 그대로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래의 야당은 국정에 대해 스스로도 책임을 진다는 책임의식이 약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야당도 국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활동의 폭이 넓어졌고 힘이 커진 것만큼 책임있는 야당이란 면이 더 강조되어야 하게 되었다.
이런 측면은 모두 바람직한 측면에서의 얘기다. 여야의 뒷거래나 야합의 우려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의 질서가 흔들리거나 분열하고 여당이 이런 측면을 파고들어 야당의 힘을 약화시키려들 우려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야당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으뜸의 명제로 내세워왔으며 여당은 야당이 국정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었던 측면만을 과장해서 야당은 정권을 담당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정에 대한 한가닥 책임을 지게 된 야당은 그 책임을 다함으로써 수권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항상 과열됐던 정치투쟁은 혼란의 우려를 수반했고 그래서 정권투쟁에는 정치보복과 혼란의 그림자가 뒤따랐다. 이점도 여야관계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달라질 수 있다.
국정의 책임을 분담하고 국정의 기본을 보는 여야의 동질성이 두드러져 관계가 개선된다면 이는 20년의 숙제인 평화적 정권교체의 바탕을 마련하는 가장 뜻있는 8대 국회의 보람일 수도있다. 어떻든 의정은 새로운 장을 맞이했고 8대 국회는 새로운 여야관계, 국정에 대한책임 그리고 질서있는 정권교체의 바탕과 분위기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국민에 의해 주어졌다는 점에서 의정사상 가장 무거운 사명의 국회가 되었다. <이영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