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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의원 등록의 무효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3공화국 탄생이래 채택된 전국구의원제는 종래에도 숱한 부작용이 노출되어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 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지역구 후보자들에게 넘긴 유권자들의 사표를 활용함으로써 정당정치의 발전을 기하고, 전국적으로 유능한 각계대표를 모두 국회에 참여시킴으로써 대의정치의 질을 향상시키고자하는 것이 전국구제도의 근본취지임은 모를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현행의 전국구의원제가 이러한 이상과는 전혀 동떨어지게 여당에는 일종의 충성 경쟁 제도로, 또 야당에는 정치 헌금 염출 제도로 전락하고 만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이지 전국구후보자로 당선권내에 공천되면 가만히 앉아 있더라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기에 이 제도는 무리를 해서라도 많은 정치 헌금을 하려는 사람을 속출하게 하기 쉽고, 또 한편에 있어서는 이 제도가 일부지식인이나 친여 인사에 대한 일종의 미끼로 이용되어 매관매직과 지식인의 타락을 조장하는 온상이라고까지 지탄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지난 14일 변호사 김모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국회의원 전국구 후보의 등록 무효 확인소송』을 낸 것도 그 동기는 이러한데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는 소장에서『전국구제도는 헌법이 규정한 직접·평등 선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 헌법 제36조1항(『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의원으로써 구성한다』)을 들어 이에 위반되는 간접선거나 불평등선거인 전국구의원제는 법률로써도 도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있다.
알다시피 우리의 현행 전국구제도는 국민이 전국구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직접 투표에 의하여 선출하지 아니 하고, 지역구 입후보자에게 투표된 표를 집계하여 국회의원선거법 제1백25조의 규정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 그나마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별후보자의 당락을 결정하고 있기에 일종의 간접선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구의원은 그 입후보에 있어서도 정당이 그 순위를 결정하여 공천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신민 양당의 17번 이전의 선 순위자는 자동적으로 당선되어 이 제도는 바로 정당을 통한 간접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또 제1당에는 무조건 2분의1이상의 의석을 주고, 제2당에는 3분의1이상의 의석을 보장하고 있고,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얻지 못하면 2%의 득표를 했다하더라도 전국구의석을 한 석도 배정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평등 선거라고도 말하여진다. 이와 같이 학설상으로는 전국구 비례대표제에는 위헌성이 농후하다고 하겠다.
대법원이 이번 소송에 대해서 어떤 판결을 할 것인지는 극히 주목되나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위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도 또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과거의 예에 비추어 보더라도 6·8선거당시 최병길씨가 낸『전국구 출신의원의 당선의 위헌 무효 소송』을 질질 끌어오던 끝에 그가 낸 지역구 선소 만은 취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대법원은 또 최병길씨가 낸 일괄 선소는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하여 68년7월15일에 소를 각하 한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김 변호사의 소송에 대하여도 필경은『당사자 적격이 없다』거나.『예방 적인 선거소송은 제기할 수 없다』고하여 소를 각하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송을 처리하는 태도로서 바람직한 것은 법원이「사건성」이나「당사자적격」문제를 들고 나와 소송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여 그것이 위헌 일 때에는 의연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이상일 것이다. 현행의 전국구 비례 대표제는, 벌써 2대나 시행되었기 때문에 헌법관례가 되었다고 할지 모르나 위헌인 관례는 그것을 계속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법원은 비록 이미 진행 중인 이번 선거를 합법화 한다하더라도 앞으로의 선거는 무효를 선언함으로써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강제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와 새로 구성될 국회는 현행의 전국구제도를 개정하여 진정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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