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비명 근로자 합숙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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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름철이 됨에 따라 각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막벌이꾼들이 상경, 값싼 시립근로자 합숙소를 많이 찾지만 일시합숙소인 근로자합숙소가 장기 합숙자 때문에 서울사정에 어두운 막벌이꾼들과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한 근로자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동대문, 남대문, 영등포 등 시내 세곳에 있는 시립근로자 합숙소는 근로자들에게 돈까지 받고 장기합숙을 묵인하고있다.
시 조례에 의하면 한번 합숙소에 들어와 1개월이 지나면 일단 나가도록 돼있으나 남대문근로자합숙소의 경우 이 같은 장기 합숙자들이 수용 인원의 3분의1 이상이 되어 매일 합숙소를 찾는 사람 중 10여명씩이 되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1년 동안 합숙소 신세를 져온 고대순씨(41)는 『지난 4월13일 퇴소인원이 15명이었으나 새로 들어온 사람은 4명뿐이고 11명은 그대로 다시 1개월을 합숙소에서 지내고있다』고 말하고 『나가지 않고 그대로 눌러 있으려면 접수 담당직원에게 5백원∼1천원씩을 주어야만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또 『매일 퇴소인원의 약 반이 이같은 방법으로 나가지않는다』고 말했다.
합숙소 근로자들은 낮에는 무조건 나가서 일을 하도록 하는데 비오는날 같은 경우는 일터가 없으면 남의 집 처마끝에서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몸이 불편하거나 비오는 날 같은 경우는 합숙소 안에서 쉬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들은 또 합숙소에서 10원씩 받고 제공하는 단무지·멸치·콩나물국·보리밥의 식사로는 도저히 고된 노동일을 계속할 수가 없으니 밥값을 올리더라도 일할 힘이 나올만한 식사를 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당국은 현재 제공되는 식사는 한끼당 32원씩 책정됐으나 쌀값 등이 올라 요즘식사의 질이 떨어졌다고 말하고 한끼 10원씩 받는 것을 앞으로 25원씩 받고 식사의 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립근로자 합숙소는 당초 설립목적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의 막벌이 근로자가 싼값으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식사와 잠자리의 편의를 받도록 되어있는 곳으로 장기투숙은 금지되어 있는데 일자리를 구한 근로자가 투숙하여 식사대접까지 후하게 받으려고 하여 말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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