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7)봄철의 무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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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겹친 선거를 치르는 동안에 사회적 긴장이 말할 수 없이 풀린 것 같다. 평소에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각종의 사회규범이 해이하여지기도 하였다.
교통질서만 해도 그렇다. 평소에 비해 문란해졌다. 사람들의 차도횡단을 비롯해서 자동차의 교통규칙위반 등이 부쩍 눈에 뛴다. 교통순경이 선거 때면 관대해졌다는 것은 어느 나라 법칙인가? 교통위반을 목격하고도 단속을 외면하고있는 것을 직무유기 또는 포기가 아닐까?
과속 또는 추월 등으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우리 나라 운전사는 교통규칙을 위반하지 않으면 차를 운전하지 못한단 밀인가.
10일 가평군 설악면에서 일어난 버스사고 역시 운전사의 부주의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조심성 있게 차를 운전하였더라면 80명의 인명을 앗아간 이러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책임은 운전사 한사람에게만 물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운전사로 하여금 과속 또는 기타 사고를 일으키도록 정신상태를 해이하게 만든 사회환경에도 그 책임이 일단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통사고를 비롯해서 기타 사회적 혼란이 더욱 늘어나기 마련이다. 육군헌병 하사가 카빈을 난사하여 세 남매를 몰살한 사건, 대낮에 주부가 집안에서 피살된 사건 등 각종 사회문제는 갑작스러운 사회질서의 해이 때문에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선거와 관련된 그릇된 선심풍조와 도를 넘는 너그러운 행정처리 등으로 인한 방만한 사회분위기는 여러 가지 사고를 유발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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