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산타 빈 라덴'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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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도 없는 이 산타 허리에 묶여있는 폭발물이 바로 선물이다.

매년 이맘때면 빨간색 바지에 검정 부츠 차림의 산타는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산타 클로스는 허리에 폭탄을 묶고 다니지는 않는다.

이런 산타의 모습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 이탈적인 1인 연극에서 볼 수 있다. 작은 런던 한 극장에서 상연 중인 '지명수배 - 생포 및 살해'란 제목의 이 연극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산타 클로스로 묘사된다.

이 연극의 작가이자 배우인 앤드류 달메이어는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자신을 9.11 테러 주모자로 지목한 미국이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빈 라덴을 산타 클로스로 그려내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극에서 빈 라덴이란 인물은 고용된 산타로 가장하고 플로리다 한 쇼핑몰에 숨어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거의 끝까지 드러내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그들의 문화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나는 빈 라덴이 자기 주변을 둘러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해 상상해보려 애써왔다. 따라서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 것이다"고 돌메이어는 말했다.

극 속에서 '빈 라덴'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군산복합체는 경제소비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전에는 공산주의와의 전쟁이었고, 이제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논쟁적인 연극은 한 런던 술집의 맨꼭대기 층에 위치한 작은 극장에서 1주일간 상연될 계획이며 현재 그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극 속의 '빈 라덴'은 "지난 5년간 미국에서 행해진 사형 집행은 비슷한 기간동안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집행된 것보다 더 많다. 왜냐구? 그 이유는 바로 유권자들에게 그게 더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연극 홍보물에 보면 산타와 빈 라덴은 너무나 명백한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나타나 있다.

"빈 라덴은 긴 수염을 가진 남자로 동굴에서 사는 거로 유명하다. 그의 명성은 가히 신화적이며 현재 그가 살아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세계가 가장 '원하는' 사람 중 하나다."

"산타 클로스는 긴 수염을 가진 남자로 작은 동굴에서 사는 걸로 유명하다. 그의 명성은 가히 신화적이며 현재 그가 살아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다. 그 역시 12월 25일이 다가오면서 세계가 가장 원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연극은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달메이어는 죽음의 위협까지도 받고 있다.

당국은 여전히 빈 라덴의 소재는 물론 생사여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달메이어는 자신이 빈 라덴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연극을 보지 않았거나 또는 이 연극의 요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나 강한 증오심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이해해보려는 것이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표현이 적절하다면, 나는 가장한 모습의 빈 라덴을 선보이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성인(聖人)으로 가장한 이 사람의 입에서 원한과 분노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외관상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달메이어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한 쇼핑몰에서 산타 클로스를 공연하던 중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산타 클로스 복장을 통해 빈 라덴을 떠올렸다.

거기서부터 그는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내용은 미국이란 나라가 가장 찾고 싶어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한 인물인 산타 클로스 옷을 입고 미국의 꿈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다.

공연 첫 날은 표가 매진됐다. 한 관객은 "이 연극의 아이디어가 너무나 맘에 든다. 빈 라덴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객은 "이런 주장 모두다 전에 들어본 내용이다. 내가 전반적으로 이런 주장들에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다 들어본 적 있는 내용같다"고 말했다.

달메이어는 이 공연을 크리스마스 이후까지 계속할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이런 발상을 연극 무대에서 뿐만이 아니라 학교나 다른 곳에서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LONDON, England (CNN) / 김수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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