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달러」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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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구주의 외환시장이 다시 「달러」 불신의 여파로 교란되어 5일 잠정적으로 폐쇄되었다. 서독당국은 몰려드는 「달러」의 시세유지를 위한 지원매입을 5일 중단하고 외환시장을 폐쇄했다하며 이에 따라서 「암스테르담」「취리히」「로마」「런던」의 시장들도 연쇄적으로 폐쇄되었다 한다.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중금가제도의 도입으로 「온스」당 35「달러」선에서 비교적 안정되었던 금값도 40「달러」선으로 폭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주의 통화파동을 반사하여「뉴요크」시장에서도 「마르크」화 「스위스·프랑」화 등이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며 결국 국제적인 외환파동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늘의 국제통화정세가 파동요인을 일상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하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신통한 해결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파동도 결국은 주요 선진국간의 정치적인 절충으로 수습될 수밖에 없을 듯 하다할 것이다.
즉 「달러」를 주축으로 하는 국제통화체제의 붕괴과정으로서 나타나는 것이 구주통화의 파동이라 하겠으나 그렇다고 「달러」에 대체해서 새로운 주축통화역할을 할 강력한 통화가 발견될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상호협조체제의 강화에 의한 수습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과관계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달러」 파동의 실질적 책임을 지고있는 미국은 오히려 고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5일 미국재무성은「달러」 파동에 대응하여 미국이 「달러」의 평가를 절하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히고, 오히려 국제수지 흑자국이 평가절상 등 방법으로 협조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달러」의 평가절하를 단행할 의사가 없는 한 여타 주요선진국이 평가절상으로 현재의 「달러」 체제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는 것이며, 오늘의 국제 정치적인 역학관계로 보아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큰 것이라고 전망되는 것이다. 미국이 노리는 평가절상국은 아마도 국제수지의 주요 흑자국인 서독과 일본이라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라 하겠으며 지금 정세로 보아서는 조만간 서독과 일본이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음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국제통화정세는 서독과 일본이 「달러」 체제에 어떻게 협조하느냐에 따라서 그 성격이 달라지리라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평가절상에 의하든지 또는 환율의 유동화가 되든지 간에 궁극적으로는 평가조정과정이 국제적으로 일어날 것임은 필연적이라 할 것이며, 국제적인 평가조정과정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에 충분히 대응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경제개발에서 차지하는 미·일·서독 자본의 비중은 절대적일 뿐만 아니라 수출입의존도 또한 절대적으로 이들 3개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달러」·「마르크」·원화의 관계가 조정된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심층부에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는 것을 뜻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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