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규모의 감축 검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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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카고·트리뷴」지는 3일자 서울 발신기사로 『주한미군 사령부가 한국군의 병원 감축이 검토될 것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서 4일 미국 국방성은 『우리는 한국군 현대화의 과정에서 한국이 얼마만한 크기의 군대를 필요로 하며, 또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규모문제가 고려될 것으로 알고있다』고 논평하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문제이며, 북괴 위협의 정도와 한국경제 능력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다.
한국군 병원 규모의 감축 검토설에 대해, 류 국방장관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협의 받은 바도 없다』고 못박고, 『북괴도발이 격증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병력감축을 어떻게 논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류 차관의 부인성명이 진실을 반영하는 것인지, 혹은 우리 정부의 주관적인 희망을 나타내는 것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최근 국제정세의 동태,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중공관계의 급작스러운 해빙의 징조에 비추어 주한미군 사령부가 한국군의 병원 감축 검토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은 능히 있음직한 일로 생각된다.
미국은 대 중공관계개선공작의 일환으로서 대 중공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전환방향은 중국대표권문제의 해결을 국부-중공간의 직접대화를 종용하는데 두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만-북평간의 대화 종용, 민족자결원칙에 따르는 중국문제의 궁극적 해결방안의 제시 등은 현재 국제적으로 많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제안에 대해서는 공산측도 국부측도 공히 『노』라는 답변을 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북평-대만관계에 아무런 변화의 징조가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지만 6·25전쟁 이후 21년을 두고 대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자유중국을 정통중국으로 취급해오던 미국이 대 중공관계 개선을 모색키 위해 국공협상을 중국대표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언명했다는 것은 미국이 앞으로 중공과의 해빙을 촉구하고, 중공과 평화공존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중공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맹방들의 이익이나 안전을 희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유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한국군의 병원 감축 검토설도 이런 각도에서 해석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공은 대미 평화공존 조건 중의 하나로서 중공 주변국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사력의 군사적 지원 포기를 강력히 요구해 왔던 것인데, 미국이 중공의 해빙외교에 발을 맞추기 위해 한국방위능력의 약화를 초래할 어떤 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군 병원 감축 검토설은 지금 당장으로는 하나의 추측의 단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부원간 구체적인 실천면에서 논의될 가망이 크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한국군의 병원감축이 주한미군병렬 감축과 더불어 우리 나라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왜 그런고 하니 북괴는 미-중관계의 해빙·접근, 화해「무드」의 성숙에도 불고하고, 아니 바로 그 때문에, 무력남침으로 적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호기가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속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의 호전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굳게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양자간 평화공존 기운이 무르익은 중공이 그 괴뢰인 김일성도당의 호전성을 견제치 않는다고 하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위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국방성이나 국무성은 이 점을 잘 인식하고 그 대 중공정책 전환이 자유한국의 생존과 안전에 위협을 주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세심한 고려를 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 역시 급진전하고 있는 미-중공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직시하고 부려의 화를 입지 않도록 더 한층 자주국방태세를 갖추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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