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7)총알보다 강한 한 표|안병욱<숭전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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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투표 용지」(ballot)는 탄환(bullet)보다도 강하다고 믿는 것이 민주주의자의 신념이다. 이것은 평민 대통령 「링컨」의 명언이다. 우리는 이 말을 믿고싶다. 민주주의가 이 땅에 들어온 지 20여 년이 된다. 우리는 여러 번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꼭 공명 선거만을 치렀는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또 공명 선거에 의한 평화 정권교체의 제도 장치를 아직 해놓지 못했다. 정치가들이 우리의 투표 용지를 무서워하게 될 때 부정부패가 없어지고 국민에 봉사하는 정치가 실시된다. 공명 선거는 한국 역사의 명령이요, 우리 민족의 염원이요, 또 시대 정신이다. 이번만큼은 한국인의 양심과 용기와 명예를 걸고 공명 선거를 꼭 치러야 한다.
27일은 주권 행사의 날이다.
한 사람도 빠짐 없이 투표에 참여하자.
자기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투표하는 민주 국민의 긍지와 전통을 용감하게 수립 해야한다. 서구의 자유인들이 투표권을 갖기 위해서 수백 년 동안 피와 눈물과 용기를 가지고 싸웠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투표 용지는 보통 종이가 아니다. 그것은 용기의 산물이요, 투쟁의 성과다. 자유 정신과 민주 혼이 깃들인 소중한 주권 행사의 표다. 역사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보고 있다. 세계가 우리의 투표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 도를 판가름하는 엄숙한 날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정정당당히 싸우고 정정당당히 승패를 가리는 공명 정대한 싸움을 해야한다 권력과 금력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오직 양심과 소신이 작용해야한다. 모두 민주의 광장에 나아가서 공명 선거를 치르자. 한국인의 명예와 양심과 용기를 걸고 공명 선거의 빛나는 전통을 꼭 수립하자. 이것이 역사의 당위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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