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리 이사국 도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미국은 대(對)이라크 공격에 앞서 유엔의 승인을 끌어내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도청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일 폭로했다.

가디언지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이날 '미국의 더러운 속임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이 작성한 도청 지시 메모를 공개하며 "미국이 유엔 회원국들의 전화와 e-메일을 광범위하게 도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에 따르면 NSA의 고위 당국자인 프랭크 코자는 지난 1월 31일 NSA 간부와 우방국 정보기관에 회람시킨 정보 메모에서 "우리는 영국을 제외한 여타 안보리 이사국들의 입장과 반응을 알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유엔 결의안에 대한 앙골라.카메룬.칠레.불가리아.기니.파키스탄 등 6개국의 입장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이 메모는 "우리는 유엔 결의안과 관련된 안보리 이사국과 비이사국의 심의와 토론, 표결에 유익한 정보와 관련된 국내 통신에 대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모든 책임자에게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신문은 이 메모가 안보리 이사국과 일반 회원국 대표단의 사무실 및 개인 전화는 물론 보좌관들이 주고받는 e-메일에 대한 도청 지시를 의미한다며 "대다수의 유엔 외교관들은 이미 도청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NSA는 1952년 미 국방부 산하에 설립된 통신감청 및 암호해독 전문 정보기관이다.

최원기 기자

<사진설명>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1일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의 최정예 부대로 알려진 공화국수비대 장교들에게 "항복은 없다"며 임박한 미국과의 결전을 독려하고 있다.[바그다드 A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