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판신문 끊은 청와대·부처 新풍속… "시내판 챙기자" 꼭두새벽 출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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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 신문의 가판(街版) 구독을 중단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일제히 구독을 폐지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우선 통상 가판이 배달되는 오후 7시30분을 전후해 관련 기사를 스크린해 신문사에 수정을 요구하거나 해명자료를 내던 청와대와 각 부처의 공보관실 등이 이른 아침부터 바빠졌다.

가판을 분석해 왔던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내언론1 비서관팀은 지난달 28일 가판 구독을 중단한 직후 시내판 보도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직원 전원이 오전 5시에 출근했다.

盧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9시 시작되는 수석회의에 보낼 보고서를 만들려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조간신문이 배달되지 않아 해당 비서관팀은 앞으로 오전 6시쯤 출근해 오전 10시쯤 일일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하기로 했다.

盧대통령은 가판 구독을 중지시키면서 정정과 반론 등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보도에 대한 법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해당팀은 내부 보고와는 별도로 오전 7시30분쯤 홍보수석 주재 회의에서 문제가 확연히 드러나는 기사들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정하고 법무비서관실을 거쳐 실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일부터 가판 구독을 중지한 재정경제부.농림부.국세청.기획예산처 등은 장관.차관.공보관 등의 집으로 배달되던 가판도 중단키로 하고 소요 예산을 삭감했다.

정부 부처와 대검 등은 가판 보도에 대해선 일절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가 언론사 창간일에 맞춘 대통령의 기념 인터뷰도 없애기로 한 데 이어 복지부는 장관이 신임 인사차 언론사를 방문하던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각 부처 관계자들은 "각 언론사가 오후 7시를 전후해 신문 형태로 각 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서비스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타 부처의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한 부처 공보관실 관계자는 "가판 구독을 없앤 뒤 장관이 언론 보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다음날 조간 신문을 보고 대응이 늦었다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기자실(춘추관)이 개방형 등록제로 바뀐 것도 정부 부처와 민주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부처 중심의 과천청사에선 부처별로 마련돼 있던 일부 경제부처 기자실을 합쳐 통합브리핑룸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도 당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현행 대변인제와 함께 출입기자실을 폐지, 국회 기자실을 브리핑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판=가정에 배달되기 전날 오후 7시를 전후해 주로 서울 시내 가두판매용으로 발행되는 초판(初版) 신문이다. 일반 독자보다 관공서나 대기업 등에서 주로 구독했다.

중앙일보는 책임있는 보도 자세를 지향하고 보다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2001년 10월 가판 발행을 폐지했다.

조간 신문사 중 가판을 내지 않는 곳은 중앙일보가 유일하다.

정철근.허귀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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