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봄|박경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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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석화의 껍질을 찢고 오는
꽃샘 바람을 업고
겨우내 깊숙이 뿌리를 내린
검푸른 비듬을 긁어내고
쪽빛 물감을 풀어
설레설레 머리를 헹구는 바다.
하늘과 사귀어서,
그 발치에다
제 이마를 맞대 이고 열어 가는
연초록 나들잇 길.
뭍의 바람에 물러터진
내 살갗이 아물고나,
남해여.
내 손톱에 싹 티운 반월이
내일은 하마 만월로 피겠고나,
남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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