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입은 선거 연설 승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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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백두진 국무총리는 4월 들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각종 기공식·준공식이나 지방 향토 문화제에 참석하여 치사를 하는데 그 연설은 일정한 형식을 갖춘 것이 특색.
백 총리는 가는 곳마다 치사 속에 그 지역의 역사적 유래를 설명하여 지방 주민에 긍지감을 준 후 6·25 동란 당시의 사실과 자신의 체험을 들어 안보 문제에 언급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계수를 들어 간단히 설명.
13일에는 경북 체육관 개관식에 참석했는데 이에 앞서 10일 원주에서 열린 제1회 군도제에서 백 총리는 『본인은 6·25 당시 병사들의 식사 보급을 위해 소금 공급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는데 오늘날 자주 국방을 위해 국군 장비 현대화를 이룩할 강력한 영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오늘의 이 군도제가 앞으로도 계속 성황이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공화당은 지방 유세에서 여자 연사의 반응이 좋다고 분석, 중앙 훈련원에서 교육한 10여명의 여자들을 시골 유세에 동원하고 있다.
신민당도 지구당 별로 특색 있는 강연을 꾀하고 있는데 영동·황간에서는 승려복을 입은 중 연사로 나서 이채를 띠었다.
서울 조계사에 적을 두었다는 이 승려가 김대중 후보의지지 연설을 한 후에 조계종 충북감찰 부장이란 다른 중이 『승려복을 입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여 한때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지방 유세 중에는 「트럭」이나 담장 위에서 강연하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강연 대신 노래를 틀어 놓고 청중을 모으는 풍경도 있다.
고향인 거제에서 김대중 후보지지 연설을 한 신민당의 김영삼 의원은 감개가 교차해 착찹했다.
김 의원이 『여러분이 키워주고 기대했던 제가 대통령 후보가 못돼서 돌아와 죄송하나 정권 교체를 위해 나를 지지해 주는 것처럼 김 후보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하자 청중 속에서 『영삼이가 나왔으면 몰 표를 줄텐데…』하는 고함이 터졌다.
이 소리를 듣고 거제 읍에서 장승포로 가는 차안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김 의원은 『괴로운 일이지만 이번 선거에 민주주의의 사활이 걸렸으니 나를 누르고 대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한편 유진산 당수는 12일 밤 10시까지 고성·충무·거제·장승포 등 네 군데서 유세 강행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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