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붕 석유 탐광 작업의 중단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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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9일 「찰즈·브레이」미 국무성 대변인은 관계국과의 협정을 통해 황해 및 동지나 해역에서 석유 개발 및 채굴권을 획득한바 있는 미국의 주요 석유 회사들에 대해서 당분간 그 탐광 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했다고 발표하고 이러한 조처는 한국·자유중국·일본 등 관계국 정부에도 통고됐다고 말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자유중국의 첨각 열도 연해에서 해저 광구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던 「걸프」회사 소속 「걸프·텍스」호는 이미 일본으로 철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이낙선 상공은 12일 『현재로서는 아무런 공식 통보를 받은바 없으며, 정부의 태도는 통보를 받은 다음에나 결정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우리 정부 측의 이에 대한 태도가 아직 확정된바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만일 전기한 미국 측의 움직임이 구체화하면 한국의 대륙붕 석유 개발 계획에는 커다란 차질이 초래될 것만은 거의 틀림없는 것이므로 우리는 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이미 서해에서 남해에 이르는 방대한 해역에 걸쳐 7개의 석유 광구를 설정하고, 미국 석유 회사측과의 개발 계약에 따라 활발한 탐사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중이었다. 예컨대 「걸프」는 이미 서해의 제2·제4 광구 정밀 탐사를 완결함으로써 연내에라도 시추에 들어갈 예정으로 있었으며, 「칼텍스」는 서해 및 남해의 제1· 제5광구의 2차 탐사를 5월에 착수할 예정이었고, 한편「필립스」도 4월중 제7광구의 1차 탐사에 들어가기로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미-중공 관계를 볼 때 미국이 중공에 대한 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한 바와 같은 조치를 한 걸음 더 진전시켜 이미 시추 단계에 들어선 석유 자원 개발 계획까지도 포기케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공은 오래 전부터 한-일-중공 해저 공동 개발 구상에 대하여 맹렬한 비난을 퍼부어 왔으며 심지어 자기들에게 동지나해 대륙붕의 독점적 채유권이 있다고 주장해왔었다. 그런가하면 지난 3월1일 이른바 「일-중 각서 무역」 성명서에서는 『한-일-중이 중공에 가까운 해저 자원의 공동 개발을 결정한 것은 중공 주권의 침범이며 그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 고까지 말했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전기한 바와 같은 중공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계 석유 회사를 철수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전통적인 한-미 우호 관계는 물론 미-중, 미-일 관계를 저해하는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이것을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국 탁구단 및 미국 기자들의 중공 방문과 때를 같이해서 그러한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미국은 최근 중공이 취한 유화적인 대미 「제스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여 이와 같은 양보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보겠기 때문이다.
중공이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처럼 작은 미끼로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며,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전기한 바와 같은 중공의 잔재주에 말려들어 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의외라 아니할 수 없다.
만약에 미국이 중공의 영유권 주장에 호응하여 미국계 석유 회사들에 동해역에서의 철수를 종용한다면 이것은 국제법에 인정된 관계국의 대륙붕 개발을 침해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 자신이 지금까지 내세워온 연안국의 대륙붕 개발 정책과도 모순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미국의 전기한 조치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최근 눈에 띄게 양성화한 대중공 유화 정책의 추이를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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