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노트] 버는 만큼 고객에게 투자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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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돈을 벌려고 창업하는 사람에게 시작부터 베푸는 것만 강조하면 잘 이해가 안될 것이다. 하지만 창업컨설팅 현장에서 보면 성공의 필수요건 중 하나가 '베푸는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대구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서무수(49세)씨는 '베푸는 마음'으로 성공한 사례다.

흑염소.민물고기.호박 등을 달여 건강즙을 서비스하는 사업을 하는데, 창업 당시 그의 수중에 있던 돈은 2백만원.

형님이 운영하는 건강원에서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자금이 너무 부족해 창업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어렵사리 주변에서 빌려 모은 돈은 2천5백만원. 당연히 점포는 외진 곳에 열 수밖에 없었다. 대로변이기는 했지만 유동인구가 별로 없는 허허벌판 같은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을 하면 제풀에 지쳐 문을 닫기 십상이다. 한달에 1백만~2백만원 정도의 매출로는 의욕이 안나는 데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때 서씨의 점포 활성화 포인트는 '버는 만큼 베푼다'였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건강관련 지식을 말해주고 고객카드를 만들어 전화를 하며 관심을 표했다.

또 명절 때가 되면 모든 고객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영지버섯이나 한방차 박스를 선물했다. 선물비용이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고객들의 반응에 서씨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 손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단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과감하게 판촉 홍보에 투자를 했다. 무료 시식권을 첨부한 홍보전단을 하루에 1만장 가까이 배포하기도 했다.

아파트 게시판이나 거울 등에도 광고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매출이 늘어나면 그 다음에는 지역 사회로 눈을 돌렸다. 인근 지역의 고령자들에게 건강즙을 수십박스씩 기증했다.

지역사회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산악회 활동 등을 하며 사람을 사귀고, 그들에게도 다양한 상품으로 베풀기를 즐겼다. 오래지않아 서씨는 대구에 있는 건강원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엔 3억원을 들여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냈다.

현재 서씨는 원적외선을 이용한 중탕기를 특허 출원하고, 이를 활용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자금이 넉넉하고 유망한 업종을 선택했다고 반드시 창업에 성공한다는 법은 없다. 성공에는 나름대로 감동의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 연출에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아끼지 않고 베푸는 마음'과 정성이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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