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불량식품의 .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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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린이를 포함한 온 국민의 건강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부정·불량식품의 범람사태는 마침내 한 소설가의 입을 통해서 그것들을 만들어 판 악덕업자들을 시청 앞 광장에 끌어내 도끼로 쳐죽여야 한다는 극렬한 처형론까지 등장시켰다.
『낮잠만 주무시는 보사부란 동네에 가서 몇몇을 때려잡든지, 잠을 깨우든지 해야할 터인데 그런데는 관심이라곤 없다. 고속도로가 뚫리고 수출이 10억 「달러」를 넘어서고 고미 「빌딩」이 올라서고 지방유세장에도 간드러진「오토바이」가 눈에 띄는 속에서 정작 국민보건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버려 두고 있는 것이다. 백회·수은이 국민전체의 식도에까지 차 올라야 보사부는 정신이 들 모양인가.…그런 놈들을 극형에 처하지 않고 대체 누구를 극형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모신문의 연재소설에서 인용한 이 귀절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요즘 매일처럼 보도되고 있는 부정식품의 범람사태를 보고 느끼는 국민의 분노를 한 소설가의 입을 통해 대변한 것이라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실이지,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는 말이 있은 지 이미 오래됐지만, 요새처럼 부정·불량식품이 판을 쳐,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항의 「데모」까지 빚게 한 사회풍조에 대해서는 그 소설작가 아니라도, 무엇인가 따끔한 일벌백계가 있어야 하겠다고 느끼는 것이 국민의 공통된 소감일 것이다.
최근에 적발된 것만 보더라도, 부정·불량식품의 종류가 얼마나 많고 또 유통범위가 얼마나 광범한 것인가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대다수 서민들의 식탁에 거의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콩나물과 두부까지가 유독성 화공약품에 의해 오염된 채 그것도 2∼3년 동안이나 당국의 은연중 묵인 하에 버젓이 시장에 공급되어 왔다는데 대해서는 그러한 악덕업자의 파렴치 못지 않게 당국의 태만을 탓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소이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그 동안 당국이 입원과 기재의 부족 등 모든 어려운 여건 속에서나마 이들 부정식품의 근기에 상당한 노력을 경주해왔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식품위생당국은 작년 한해동안에만도 전국 1만 9천 2백여 개소의 유허가 식품제조·가공업소에서 만들어낸 제품 중 전체의 13%나 되는 1천 4백 79종의 불량품을 가려내기도 했고, 또 1천 1백 87건의 무허가 방소제품을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현실적으로 부정·불량식품의 범람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개중에는 전기한 석회 섞인 두부의 경우처럼, 버젓한 허가업소가 장기간 불량품을 양산 공급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탐지하지 못해 그대로 방임해두었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보사당국으로서는 입이 열 개 있다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때문에 국민의 건강상에 끼친 해악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음만큼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부정·불량식품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서는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함께 소비자들 자신의 자각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개인으로서는 좀처럼 식별이 곤란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식품들은 시민의 양식과 지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그 품질을 감별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덮어놓고 싼 것만을 찾는 심리를 버리고 각종 사회교육「채늘」을 통해 부정식품의 식별법에 대해 약간의 「가이드·라인」만 교습 받게 된다면 누군들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희생해서까지 유해식품을 사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요, 또 그와 같은 불매운동이 철저히 시행될 때 악덕업자들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할 것이다.
보사당국의 일대각성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이러한 시민교육운동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전개되기를 제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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