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진 작『소』-극단「동양」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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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월15일∼18일 국립극장무대에 올려질 극단 동양의 창립공연은 전에 볼 수 없었던 호화 캐스트란 점에서도 그렇지만 레파토리가 여러 차례 개작을 겪은 끝에 다시 원작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극계의 원로인 유치진씨가 이 작품을 처음 쓴 것은 36년 전인 1935년. 이 작품은 그 이듬해 이해랑·김동원씨 등이 주동이 된 「동경학생 예술좌」에 의해 동경 제지소극장에서 초연 되어 절찬을 받았는데 작품성격이 반 일적이라 하여 이·김씨 등 연극관계자들이 귀국직후 검거되어 3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국내에서 초연 된 것은 작품이 쓰여진 지 3,4년 후였는데 일본검열관이 개작을 종용, 유씨가 불응하여 공연이 어렵게 되자 연출을 맡았던 서항단씨가 부분적으로 손질하여 『농년기』라는 제목으로 부민관(현 국회의사당)에서 상연했다. 해방직후인 47년 유씨는 작품이 너무 비극적이고 부정적이라는 생각에 희곡으로 개작하여 단학사 무대에 올렸다. 유씨가 이번에 다시 원작에 가깝게 개작한 것은 『아무래도 원작이 지니는 예술적 감각이 아쉬웠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비극성과 희극성을 고우 어레인지해서 현대극에 알맞게 했다』고 말했다.
김동원씨는 이번 출연으로 꼭 35년만에 같은 작품으로 출연하게 되는데 처음에 출연했을 때는 작은아들 개똥이 역이었으나 이제는 아버지인 국서역, 『격세지감을 느끼겠다.』고-. 극단 동양은 이번 공연에서 이례적으로 타이틀·롤(?)인 소역에 실물을 등장시키려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여러 편의 후보가 물색됐으나 주책없이 날뛰는 바람에 소등 위에 올라탔던 김희준양이 가벼운 부상을 입는 등 사고를 일으켜 모두 툇자를 받았다고. 결국 인조 소가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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