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자제력 잃고 난폭화 방화·총성으로 시가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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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카28일로이터동화】본 기자는 지난 25일 셰이크·무지부르·라만 동파키스탄 지도자의 독립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군대가 이곳으로 진주한 이래 한 호텔에 갇혀 있다가 27일 밤 통지를 받고 다른 서방기자들과 함께 군 트럭 한대에 빽빽이 실려 다카를 빠져 나왔다.
우리는 모든 소지품을 옷 가방 속에 밀어 넣은 후 군 호송차에 실려 불타오르는 상점과 사제 바리케이드들의 옆을 지나 황폐한 공항로를 질주했다.
라만씨의 추종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서파키스탄 군대가 진주한지 18시간후인 28일 다카시는 사방에서 뭉게뭉게 큰 기둥을 이루며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으며 산발적으로 터지는 총성이 밤의 정막을 깨뜨렸다.
군사정부가 자제력을 잃었다는 첫 번째 징표는 이날 저녁 군대들이 우리 기자가 묵고 있던 인터콘티넨틀·호텔에 갑자기 난입함으로써 나타났다.
호텔로 뛰어든 한 대위는 누구든지 호텔 밖으로 나가면 총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후 군인들은 호텔 직원들이 그날 아침 만들어 게양한 벵글라데쉬 기를 끌어내려 불살랐다.
사태는 점점 악화했다. 무반동 총소리가 요란한데 뒤이어 산발적인 피스톨 총성이 울렸다. 불길이 수평선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호텔 부근에 있는 호전적인 벵골 민족주의자들의 신문 『인민』신문사가 불타오르고 있었으며 대학기숙사와 공항로에서는 더 큰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탱크들이 으르렁대며 질주하고 추격탄들이 하늘을 덮었으며 군인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분주히 오갔다. 호텔에 있는 신문기자들은 이 불타는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기 위해 10층으로 모여들었다.
군대의 조치가 발표되자 사제도로차단기 및 바리케이드가 재빨리 거리에 쌓여졌으며 군 트럭들이 이것들을 쓸고 지나가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생겨났다.
새벽녘 총성이 잠잠해졌을 때 군사령부의 목쉰 발표문 낭독소리와 군중들의 적의에 찬 아우성 소리가 들려왔다.
분리주의 지도자 라만씨 편에 있는 방송에서는 동파키스탄 국민들에게 이 지도자가 자유의 몸이며 「해방운동」을 지휘하고 있다는 내용의 라만씨의 육성을 방송했다.
『벵글라데쉬의 소리』방송에서 라만씨는 정부군에 항복을 권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이 죽인 벵갈인의 피의 복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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