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평소에 차분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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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27 대통령 선거를 향한 공화당과 신민당의 유세반이 지방중소도시를 강행군하고있다.
여야 모두 67년 선거때나 69년 국민투표 때와 같은 수준의 청중을 모으고 있으나 연설에 대해 조용히 듣기만 하는 차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여당의 표밭이라는 영남지방을 먼저 돌고있는 김대중 신민당후보는 이곳에서 『김대중이가 경상도 사람이 아니고 전라도 사람이므로 표를 찍어줄 수 없다고 한다면 나는 그런 표를 받지 않아도 좋다』는 역설로 지역감정 해소를 호소.
또 충청도지방을 돌고있는 김종필 공화당 부총재도 『전라도 야당사람들은 전라도 후보를, 또 일부사람들은 김해 김씨를 들고 나오지만 이런 것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행군으로 하루 2, 3개 시·군을 누비는 신민당 후보 유세반은 교통이 불편하기로 전국에서 이름난 강원도의 장성·도계·북평·삼척 등 4개 읍을 29일 하루에 돌았다.
신민당은 삼척유세에 앞서 김자영씨 공천문제를 발표하려 했으나 유 당수와 김 후보의 「전지회합」(27일=의성)에서도 결말을 보지 못한 채 김 후보는 『우선 현지를 먼저 돌아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삼척지구당의 핵심당원들은 29일 낮 황지 강연에 앞서 김 후보에게 『이곳 여론을 살펴 김씨로 결정하겠다는 확답을 해주지 않으면 강연회를 진행시킬 수 없다』고 조르다가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니 상경하는 대로 유 당수와 협의하여 가부간 결말을 내겠다』는 김 후보의 설득에 물러서기도.
지역을 분담한 공화당의 유세반은 유세뿐 아니라 그 밖의 득표작전도 전개하고있다.
충북지방을 유세중인 김종필부총재는 28일 하오 진천유세가 끝나자 읍내에 있는 김유신장군사당을 참배했으며 청주에서는 청주시 조기회원체육대회 폐회식에 나가 연설을 하는가하면 밤엔 청주지구당선거대책위 발촉식에 참석했다.
경북지방을 돌고있는 백남억 당의장도 지난 25일 대구에 온 뒤 경북일원의 유세를 하면서도 매일 대구로 돌아와 김성곤 재정위원장·이동영 도 당위원장 등과 만나 중앙당과의 연락, 경북도당의 득표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한편 백 의장이 유세한 성주·왜관강연에는 이곳 신민당 공천자인 김창환씨가 나와 연설을 듣고 송한철 공화당 공천자와 악수를 나누며 페어·플레이를 했으며 상주 유세장에는 각 면별로 2백명씩 동원된 공화당 당원들이 국민학교학생처럼 줄을 지어 앉아 있었다.
김 부총재는 또 개헌국민투표에서 박 대통령의 3선이 기정사실화 했다는 논리를 펴면서 『야당후보가 공산주의와 싸움경험이 없어 위험한 사고방식을 갖고있다』고 몰아치기도 했다.
그는 공화당내 후계문제에 대해 『앞으로는 공화당 안에도 여러분에게 봉사할 경륜을 키워갈 사람이 있겠지만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주연사에 조연사를 합쳐 4명으로 짜인 영남유세반은 백남억 당의장이 박대통령의 영도력을 내세우고 이만섭 의원이 지역성을 비치는가 하면 권일씨는 재일 교포가 보는 박대통령, 김동하씨는 국과 예비군관계 등을 분담하는 「분업유세」를 한다.
고사와 속담을 인용하는 설득형의 백 의장은 『세금 덜 받고 공무원 봉급 올린다는 야당주장은 법당 뒤에서 부처를 안보고 염불하는 격』이라면서 『폐허에 1만개이상의 공장을 세운 박대통령을 지지하자』고.
또 김동하씨는 『10만 양병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임신왜란이 일어났다』면서 『예비군이 폐지되고 박 대통령에게 표를 안 찍으면 임진란 이상의 화를 입을 전쟁이 일어날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만섭 의원은 『전라도에서는 경상도사람을 행상인으로 내세워 경상도에서도 김대중씨를 지지한다고 허위선전을 하고있다』고 은근히 지역감정에 호소하고-.【조남조·성병욱·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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