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요리사, 영국서 무용수 데려다 패션쇼 … 그들만의 모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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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더 은밀하게.

명품 브랜드의 VIP 고객 관리의 핵심은 외부 노출을 최대한 피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마다 음악회나 디너 파티를 열거나 패션쇼·전시회에 초대하는 식으로 VIP 고객들을 관리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원칙이 있다. “아무도 알 수 없게, 한발 앞서서, 그들만의 모임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12월 부산 신세계백화점에서 치러진 에르메스의 ‘8 크라바트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개막 하루 전인 13일 200여 명의 고객을 전시회에 초대했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도, 누가 초대됐는지도 외부엔 알리지 않는다. 행사장에서 VIP 고객이 누리는 특권은 뭘까. 박나리 현대백화점 명품담당 바이어는 “특별한 혜택은 없다”고 말한다. 간단한 리셉션 음식 외에는 선물을 주거나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황 바이어는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고객들일수록 남보다 한발 먼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신상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자체를 혜택으로 여긴다. 선택돼 초대받았다는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평균 단가가 높은 브랜드일수록 행사를 폐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를 부르는 파티는 대중 매체에 대한 홍보 목적의 행사로 이와는 구별된다. 샤넬이 매년 VIP 고객을 초청해 여는 패션쇼의 경우 샤넬 제품 구매액이 일정 액수를 넘어선 이들만 초대된다. 최근 ‘인도’를 주제로 열렸던 패션쇼 행사에 참석했던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대를 인도풍으로 꾸미는 건 물론이고 인도 요리사를 데려와 인도 정통 음식을 대접하고 영국에서 활약하는 인도 무용수가 공연을 펼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파리에서 열리는 샤넬 패션쇼를 거의 똑같이 재연하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음악회나 전시회같이 문화적 코드를 접목한 행사가 많은 건 VIP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루이뷔통에서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아트 토크’는 유명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작가와 VIP 고객이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루이뷔통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예술가들과 진행해 왔던 협업 프로젝트를 고객들에게 알리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라며 “VIP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사들은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행사 초대 고객은 대개 해당 브랜드의 의류나 가방을 다시 구매해 치장하고 참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채정원 신세계백화점 해외패션팀장은 “에르메스나 샤넬 같은 브랜드의 행사에 초대받은 고객들은 예약까지 해가면서 신상품 의류와 가방을 구매할 정도다. 다음에 또 초대받기 위해 구매액을 줄이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데이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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