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표시 전환 사채의 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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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 기업의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으로서 외화 표시 전환사채의 발항이 이용되기 시작, 주목을 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병 유리」와 「한국유리」가 지난해에 각각96만4천「달러」와 75만「달러」상당의 외화 표시 전환 사채 발행을 허가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다시 경인「에너지」가 8백20만「달러」의 전환 사채 발행을 허가 받았다 한다.
이러한 전환사채의 발행은 정부나 은행의 지불 보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종래의 외자 도입 방식보다 진일보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또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측에서도 차관 공여와는 달리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발행 회사의 신용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며 때문에 종래와 같은 무질서한 외자 도입 방식과는 그 유형을 달리하는 건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채의 원리금 상환에 대한 책임이 오로지 발행 회사에만 있기 때문에 사채 인수자는 원리금 상환 전망이 확실하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회사를 인수하여 운영해도 좋다는 성산이 있을 때 비로소 사채를 인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교적 전망이 좋거나 건전한 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만이 소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환 사채 발행에 의한 외화 조달은 외자도입의 질적 개선에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환사채의 발행이 점차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 금융의 애로 탈출구로서 이용되는 경우 국내 문제와의 관계를 신중히 고려해 볼 필요는 절실한 것이라 할 것이다.
우선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외환 보유고 증가에 의한 해외 부문의 통화량 창조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해서 창조되는 통화량 때문에 국내 여신이 그만큼 억제되는 경우에는 외화 표시 전환 사채의 발행이 국내 총자금 공급량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반대로 전환 사채 발행분 만큼 추가 통화량이 공급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발권에 의한 자금 공급과 대차가 없다 할 것이다. 이때에는 다만 보유 외환이 증가함으로써 수입 능력이 증가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전환 사채 발행에 의한 자금 공급은 그 장점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면밀히 기여, 이를 극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전환사채의 발행이 비록 원리금 상환에 대한 정부 지보나 은행 지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보유 외환이 있는 한 원리금 상환을 위한 지불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국가적 차원에서는 실질적으로는 일반 차관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이율과 상환 조건이 일반 상업 차관보다 불리한 것을 허용해서는 아니 될 것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발행 회사의 경영이 여의치 않아서 사정 인수자가 기업을 인수하게 되는 경우를 충분히 예상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외자 도입법에는 그러한 경우 등을 상정한 세부적 절차와 인가 기준들이 명시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대외 전환 사채 발행을 적어도 여타 외자 도입과 같은 기준에서 심사하는 일련의 정책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한편 관련 법규를 보충하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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