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풍운동과 정신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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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1년의 새봄을 맞아 우리주변에는 새삼스레「정풍」이니,「정신혁명」이니 하는 새로운 말이 감돌기 시작하여 뜻 있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법부에서부터 일기 시작한「정풍」이라는 새운동은 정치·교육 등 각분야에 파급되어 부정부패의 요인을 제거하겠다고 외친 일이 있었다. 3·1정신을 되살려「정신혁명의 정군」이 되겠다는「슬로건」아래 3·1국민회의라는 새 조직체가 결성된 것도 같은 성격인 것이다.
이러한「정풍」또는「정신혁명」이라는 운동이 생기게 된 까닭을 살펴보면 경제적 성장과 정신면의 불균형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다. 60년대에 있어서 거듭된 혁명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수행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도 경제적 근대화의 기틀이 잡힘으로써 70년대에는 상위중진국으로의 도약이 기대되게 되었다.
이에 비하여 정신적인 도의면은 전근대적인 봉건적 인습에 젖어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적법질서를 무시하고 특권을 남용함으로써 인륜을 짓밟고 부정부의를 자행하는 종래의 사회악이 가시지 않고 오히려 늘어가는 경향을 드러내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다시 말하면 근대화란 합리화·민주화·공업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그것은 마지막의 공업화가 어느 정도로 이룩돼가고 있다 하더라도 합리화·민주화의 길은 아직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새로운 말의 운동이 생기게 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정풍」이니,「정신혁명」이니 하는 운동은 어떠한 원리를 배경으로 하여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감으로써 양심의 가르침에 따라 정의를 지키며 서로 형제와 같이 사랑함에 있다고 본다. 인간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선악 시비 미추를 가릴 줄을 아는 양심의 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양심의 작용에 대하여「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모든 인간의 법의 밑바닥에는 신성한 원시법, 말하자면 처음부터 정당한 것이며 모든 인간의 입법과 판결을 비판하는 규범이며 이러한 것을 창조하는 원천인 자연법이 있다.』
이러한 자연법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정의라는 개념과 만민평등 남녀동권의 근대적 민주제도가 생기게되고 진·선·미라는 가치개념이 세워졌으며 인류문화가 끊임없이 창조돼 가는데, 사회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정의의 실천이라고 본다. 정의란 한마디로 말하여 사회생활을 해 가는 가운데에 있어서 사람들 사이에 서로 지켜야 할 바르고도 옳은 길을 뜻하는 것으로서 다섯 가지 길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다섯 가지 길이란 ①부모(웃사람)를 공경하며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②살인하지 말고 ③간음하지 말고 ④도둑질 하지 말고 ⑤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길만 갈 지켜진다면「정풍」이니,「정신혁명」이니 하는 말은 스스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대「로마」제국이 멸망하게된 까닭도 이러한 다섯 가지 길을 지키지 못하고 도덕이 타락하였으며 국민이 이기주의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유홍렬(성대 대학원장·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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