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타고 무작정 상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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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마다 이맘때면 꽃바람을 타고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것이 있었다. 10대 청소년들의 무작정 상경이 바로 그것이다.
고향을 등지는 청소년들은 제나름대로 입신하겠다는 결심으로 상경 하겠지만 차디찬 서울인심은 이들을 곱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울에 가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고향을 떠나는 10대들이 지난해만도 4천1백여명 이었다고 한다.
더우기 매년 14%정도씩 늘어나고 있다니 놀랄 일이다. 농촌의 청소년들이 무작정 상경하는 까닭은 생활고에 지치다 취직을 하겠다는 생각과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소외감으로 인한 현실도피, 허영심과 불량교우의 유혹에 빠져 막연한 도시 동경심 등이다. 그러나 10대들이 서울의 문턱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아니다. 서울역과 청량리역 등에 진을 치고 있는 악덕 소개인들은 순진한 시골 처녀들을 창녀촌에 팔아먹기가 일쑤다. 이들의 마수에 걸린 젊은이들이 소매치기 등 손쉬운 범죄에 물들기 시작하여 마침내는 끔찍한 일까지 저지르게 된다.
농촌 청소년들의 이러한 무작정 상경 풍조는 우리 사회가 안정돼 있지 않은데 있다. 어느 곳에 살든지 일할 수 있고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자기집과 자기가 속하는 작은 사회를 믿을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는 오늘의 우리 현실은 젊은이들에게 내일을 약속하는 희망을 심어 줄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심어주는 작업은 우선 가정에서 시작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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