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1년간 52조 주식 투자, 수익률 78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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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가 30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금의 9배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가 다 오른 뒤 뒤늦게 ‘상투’를 잡고 들어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92년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52조원어치 순매수해 이를 410조원으로 불렸다. 이 기간에 배당으로만 53조원을 흡수했다. 즉 투자금액(52조원)은 모두 배당으로 회수했고, 지금 들고 있는 주식(409조원)은 모두 순수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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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간의 외국인 수익률(786%)은 코스피 상승률(228%)의 세 배를 넘는다. 1년 단위로 볼 때 외국인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보다 낮았던 적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7년과 2009년이다. 2007년에는 코스피지수(32.3%) 상승률을 외국인(32%)이 약간 못 따라갔다. 강한 상승장을 펼쳤던 2009년에도 코스피 상승률(49.6%)에 외국인(47.7%) 성적이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20년 동안 외국인은 내내 시장 수익률을 앞섰다.

 외국인 수익률은 왜 이렇게 높은 걸까.

 우선 외국인이 코스피지수가 500~1000에 불과했던 2004년 이전에 국내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는 점이 꼽힌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점유율은 92년 4.9%에서 2004년 42.5%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1500~2000선으로 올랐는데, 일찌감치 한국 주식을 들고 있던 외국인들의 평가익은 급증했다. 현재 외국인들의 국내 시장 비중은 35% 정도다.

 투자 패턴도 수익률 차이를 만들었다. 외국인들은 비관론이 득세했던 턴어라운드 국면에서 강한 순매수세를 보였다. 반면 코스피가 많이 올랐을 때는 과감히 순매도로 전환하며 차익을 챙겼다. 국내 기관과 개인은 그 반대로 움직였다.

 대우증권은 총 네 번의 강세장에서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의 패턴을 분석했다. 외환위기(IMF) 직후, 9·11 테러 이후, 중국 고성장에 따른 수혜장에서,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장이다. 이 분석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됐다. 외국인들은 저점에서 적극 매수한 뒤 고점에서 매도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반면 국내 가계 자금은 주가 상승이 상당 수준 진행된 이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 코스피지수가 꼭짓점에 왔을 무렵에는 어김없이 개인들이 몰려와 펀드 붐이 일었다(89년, 94년, 99년, 2007년).

 한 예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 500~550에서 1조4000억원어치를 샀고, 개인과 기관은 이만큼을 팔았다. 이후 코스피가 800을 훌쩍 넘어가자 외국인들은 1조4000억원을 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 매물은 고스란히 개인과 기관이 받아줬다.

 하지만 이번 바이 코리아 장세는 지금까지와 다소 다른 모습이다. 지난 8월부터 한 달째 바이 코리아 행진이 펼쳐지며 코스피지수는 1850에서 2001로 수직 상승했다. 보통 과거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으면 외국인은 순매도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있겠지만 5년 전 떠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돌아오지 않아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강세장이 어어지고 있고, 5년 동안 개인들이 증시를 떠나 있음을 감안하면 조만간 개인 매수세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이라는 게 외국인이 돈을 번다고 국내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면서도 “투자 성공률을 높이려면 남들 보다 한발 앞서 매수하고 한발 앞서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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