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라" 盧대통령 개혁 촉구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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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파격적인 조각으로 국정 운영을 시작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관료 사회에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 사고'를 주문하고 있다.

두달 동안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기간에 盧대통령은 각 부처 업무보고와 각종 국정토론회에서 공무원들에게 질문과 질책.격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안된다고만 하지 마라"=지난 1월 22일 '국민통합과 양성 평등사회 구현' 주제의 국정토론회장.

"그럼 노동부 장관은 하는 일이 뭡니까?" 방용석 노동부 장관이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적용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과 국제경쟁력을 강조하자 盧대통령이 던진 질문이었다. 일부 인수위원이 方장관의 이런 주장을 듣고 "이 자리엔 노동부 장관은 오시지 않고, 재정경제부 장관만 두 분 오셨군요"라며 받아쳐 분위기가 다소 격앙된 직후였다.

노동부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을 측정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자 盧대통령은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대답하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盧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대통령은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소개했다.

◇"기존 발상을 뛰어넘어라"="생활체육이 활성화하면 건강보험과 같은 투자비가 감소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활체육이 현재는 문화관광부 업무로 돼있는데 발상을 전환해 보건복지부 쪽에 연계시킬 수 있지 않는가. " 盧대통령이 한 국정토론회에서 한 얘기다.

盧대통령은 또 일부 관료가 상속.증여에 대한 완전포괄주의 과세의 위헌 소지를 제기하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개혁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미국 사회의 변화의 기점이 됐다. 올바른 판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과거의 잘못된 판례만 얘기하면 어떻게 하느냐."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헌법을 고쳐서라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런 사고에서 새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일하라"= 지난 1월 24일 '개방화시대 농어촌 대책' 국정토론회에서 농림부 공무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농민들이 빚더미에 앉아 고통받는 현실에 대해 공무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는 盧대통령의 질책 때문이었다.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시작되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이 예상됐는데도 여지껏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이는 공무원들의 책임이라는 지적과 함께 나온 말이었다.

盧대통령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농림부 공무원 모두 그만둔다는 각오로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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