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류 수출 문제의 심각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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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자 국제 경제 동향은 한국의 섬유류 수출 증대에 매우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어 당국이나 업계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끈질기게 협상을 벌여오던 미일 섬유류 협상에서 일본측은 자율 규제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일본 업계와 관계는 자기 나라가 자율 규제를 하는데 있어 한국·대만, 그리고 향항 등도 일본이 시행한 후 6개월 이내에 자율 규제를 하도록 하라는 조건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GATT의「롱」사무 총장은 섬유류 무역에 대한 양국간 협상이지지 부진하고 난항을 거듭하는 사실을 고려하여 전 섬유류 무역을 GATT 규제 형식으로 묶고자 곧 제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롱」사무 총장의 이러한 제의는 미국 및 구주 제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 하며 따라서 주요 선진국의 일반적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섬유류 무역에 관한 이러한 두 가지 국제적인 움직임은 어느 것이나 우리에게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동향이라 하겠으며, 섬유 무역의 향방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국이나 관계 업계는 이를 중시하고 선후 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줄로 안다.
우선 당국이나 관련 업계는 국제적인 동향을 직시하여 사태 진전에 대해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도 냉철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본란은 섬유 무역뿐만 아니라 국제 무역 일반이 결코 정치적 배려만으로써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임을 누누이 주장해 봤던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솔직이 말하여 오늘날의 국제 무역은 주로 선진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여 운영되고 있는 것이며 GATT도 그 이상이야 어떠하든 선진국의 이익을 대변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대의나 명분을 가지고 어떤 주장을 해 보았댔자 그것이 상대국에 잘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호 양보를 통한 상호 이익의 확보라는 협상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무역 협상의 일반 원칙을 우리는 차제에 배워야 하겠다는 것이며 본란이 자율 규제 협상을 계속하라고 그 동안 주장한 이유도 그런데 있었다.
다음으로 우리는 일본의 속셈을 보다 철저히 분석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와 경제 협력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방심한다든지, 일본과의 경제 관계를 순진하게만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섬유류에 대한 자율 규제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겠지만 구태여 한국을 끌고 들어가려는 것은 괘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후 우리는 일본 자본을 받아들게 되고 그 때문에 한·일 무역 역조 폭이 6대1 이상까지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조를 시정하자고 한국 측이 주장할 때마다 그들은 개발 과정에서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양국간의 역조보다는 종합 무역 수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제3국 수출로 얻는 외환을 가지고 한일간의 역조를 꺼나가기를 그들은 주장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일본은 한국의 대미 수출을 견제함으로써 일본의 이익을 도모하려고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은 직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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