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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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랑스」에 간 외국인 여행자에게 프랑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파리장」은 없다. 마찬가지로 독일방문객을 붙들고 독일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서독인도 없을 것이다.
이런 얘기도 있다. 배로 라인 강을 따라 여행중인 어느 영국 여인에게 당신은 외국인이냐고 누가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나는 영국인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 나라에 대한 자랑과 자부로 넘쳐 있을 때에는 남의 의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조금도 없을 것이다.
어디를 가나 대영제국의 한 사람이라는 긍지를 잃지 않는 영국인이나 남의 눈에 자기가 어떻게 보이든지 아랑 곳 없다는 서양인들의 태도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여기에 비겨 미국에 가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미국 시민들이 많다. 그것은 마치 새 옷을 사 입은 여자가 자기 「스타일」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고 묻는 것과도 같다.
다시 말해서 칭찬을 받고 싶어서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것을 널어놓기 좋아하는 미국인의 단순한 성격 탓도 있지만 서구에 대한 문화적 열등 「콤플렉스」가 잠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툭하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남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가 늘 마음에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에 서구인처럼 자기 나라에 대한 긍지에 넘쳐있다면 남의 의견쯤을 아랑곳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미국인처럼 칭찬만을 바라고 있다면 우리처럼 목이 빠지게 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과 우리를 어떻게 부르고 있느냐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가 우리의 국명에 대해 그처럼 신경을 쓰는 것은 우리네 긍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다.
일전에 「닉슨」미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리퍼블릭·오브·사우도·코리아」라 불러 우리의 항의를 샀다.
그후 업무상의 착오였다는 해명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마음이 쉽게 풀어지는 것은 아니다. 「닉슨」의 주변에, 혹은 그런 의식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또 일본에서 여권발부에 있어 그동안 평양이라고만 하던 북괴 호칭을 변경시켰다.
이런 호칭 문제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서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치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실로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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