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례 빠진 입학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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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종교상의 이유로 학교의식에서 국기에 대한 배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 국례를 거부한 서울삼신중학교의 태도는 신앙과 사회질서와의 관계 이외에 무시험 추첨 진학과 종교교육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새삼 제기했다.
당초 이 문제가 발단이 되게 된 것은 삼신중학교 교실에 태극기가 걸려있지 않은데서 시작됐다.
학교건물이 대체로 완성되고 책상과 걸상이 들어찼는데도 교실에 태극기가 걸려있지 않은 것을 발견한 서울시 교위관계자의 질문에 종교상의 이유가 비로소 드러났던 것이다.
시교위는 장학관과 장학사 등 당무자들을 동원, 『국기는 나라의 상징이며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겨레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의 거룩한 넋을 되새기는 것』이라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국 태극기를 게양하고 교실에도 걸기는 했으나 식순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빠져있었고 또 이 절차를 생략하고 3일 입학식을 가졌다.
그러나 문제는 입학식 때 국기에 대한 배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빠졌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입학식이 끝난 직후 이사장 이혜무 씨가『내가 학교를 세운 목적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해서다. 나의 종교적인 신념을 꺾느니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과 지난4일 이석광 교장 서리도 『내가 교장서리로 학교에 있는 한 신앙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며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교직을 물러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고 말함으로써 계속 주장을 굽히지 않을 뜻을 비친 사실이다.
무시험 진학제 실시로 특정종교재단에서 세운 학교라는 의의는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중학교에 무시험 추첨으로 진학하게 됨으로써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라 할지라도 비신도나 종파가 다른 학생들이 입학하게 되고 이와 같은 학생들에게 특정종파의 교리를 가르치거나 따르게 한다는 것은 종교교육을 강요하는 부당한 처사가 되는 것이므로 문교부는 종교교육을 강요하지 말 것과 특별활동시간에 원하는 학생에 한해 종교교육을 실시하고 그것도 성적에 반영시켜서는 안 된다고 이미 지시한바 있다.
이와 같은 순장로교파의 태도에 대해 예수교장로회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는 『국기에 대한 배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우상 숭배로 생각하느냐의 문제는 개인의 신앙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겠으나 오늘날 그와 같이 생각하는 종교인은 많지 않다』고 우상숭배주장을 보수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변호사 이병인씨는 국기에 대한 배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국민이 갖고 있는 일종의 의무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이것을 부인하는 태도는 부당하다고 말하고 특히 학교에서 일반학생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했다.
감리교 신학대학교수 은준관씨는 왜정 때 신사참배나 천황의 사진에 대한 경례 등은 그것자체가 하나의 신을 강요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또 나라를 빼앗긴 민족감정으로 보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으나 독립된 우리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와 겨레의 추앙을 받는 선열에 대한 경건한 존경심은 전혀 우상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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