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7>우이교 종업식의 참사|오기형(연세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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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이 국민학교 참사는 우리의 감정에 깊이 호소하는 점이 있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신문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앞서가던 어린이가 넘어지면서 잇달아 넘어지게 된 데 있다.
어느 집에 가보아도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있다. 그리고 또 귀엽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 어린이들이 훌륭한 인재가 되게끔 교육해야 할 학교는 그 어린이들이 귀엽게 자라기에는 적합하게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시설이 그러하고, 교재·교구가 그러하고, 교실과 건축이 그러하고 또 처한 위치가 그러하며 학교 환경마저도 어린이들이 귀엽게 자라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런 조건하에 있으니 어린이들은 조급할 정도로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게 되고 부모들은 손자·손녀의 돌아오는 길 걱정을 하게 된다. 왜 부형들은 귀여운 어린이들을 그런 환경과 조건 아래 두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교육비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할 것이다. 몇해 전에 중앙 교육 연구소가 추계한 것을 보면 부모가 직접내는 것이 전체 교육비의 3분의2에 해당한다.
지금도 사실 그러하리라고 볼만한 근거가 있다. 그리고 금년의 국가의 교육비 예산이 1천억을 넘는다. 그러면 부형이 세금과 가계비에서 내는 총 교육비는 3천억원이 될 것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이정도의 교육비가 지출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투입되는 교육비가 부족한데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비로 투입되는 것이 합리적으로 쓰이지 못하는데 있다.
부형이 교육비로 현재 지불하고 있는 것올 줄이지 말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활용하기만 하면 교원대우·학교 시설과 환경·교제와 교구 등이 우리 나라의 처지에 알맞게 충분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부형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어린이들이 지내고 있는 학교와 그 환경조건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며 교직자도 양심과 지혜로써 어린이 교육에 열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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