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핵심 콕 찍어 생포 … 작전 바꾼 미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주말 소말리아와 리비아에서 이뤄진 미 특수부대의 테러조직 소탕작전을 두고 미 오바마 행정부의 대테러 전략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전의 주력은 드론(무인 항공기)에서 최정예 지상군으로, 목표는 집단에서 요인으로, 무대는 중동에서 아프리카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대테러 정책의 핵심은 드론이었다. 드론 공습을 통해 아군 희생 없이 파키스탄 산악지대 등에 숨어 있는 알카에다 잔존 세력을 궤멸하고, 지도부 다수를 제거했다. 2010년에만 파키스탄에서 117차례의 드론 공격이 있었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북부 아프리카에서 알카에다 세력이 부활하고, 최근에는 아프리카 각국의 자생 조직이 알카에다에 합세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보코 하람’이 대표적이다. 북부를 근거지로 하는 보코 하람은 당초 나이지리아에서 2010년 남부 출신 대통령 취임에 반기를 들며 활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교 등을 습격하는 소규모 테러를 산발적으로 벌였지만, 최근에는 알카에다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에는 보코 하람의 테러로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샤바브가 저지른 케냐 쇼핑몰 테러에도 지역 조직이 가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알샤바브와 연관을 맺고 있는 케냐 자생 조직 ‘알히즈라’가 테러에 연루됐다는 분석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알카에다가 꿈꾸는 것은 북아프리카지부(AQIM)를 중심에 두고 서부의 나이지리아와 말리, 동부의 케냐와 소말리아를 거점으로 하는 ‘알카에다 왕국’의 성립이다. 이렇게 되면 아프리카 서부부터 아라비아반도의 예멘 지부(AQAP)까지 두 대륙을 잇는 테러 벨트가 형성된다.

 이 같은 테러 지형의 변화가 미국의 대테러 전략 수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최근 테러의 트렌드는 넓은 지역에 걸쳐 분권화한 지방 조직의 성장으로 중앙의 명령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던 기존보다 예측이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직면한 이런 어려움은 이번 테러 진압 작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습을 통한 말단 조직 제거가 아니라 핵심 인물 생포를 통해 정보를 확보하고 테러의 맥을 끊는 것이 더 시급해진 것이다. 리비아 작전에서 체포한 나지흐 압둘 하메드 알루카이는 1998년 동아프리카 주재 미 대사관 테러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북부 아프리카 각국의 이슬람 무장 조직 연계 임무를 맡고 리비아에서 활동 중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미국이 응징뿐 아니라 그가 갖고 있는 정보를 노렸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작전의 목적은 ‘비밀 체포’로, 목표는 이크리마라는 알샤바브 간부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크리마는 해외 테러 작전과 서방 국가 등 외국인 지하디스트 양성을 총괄하는 사령관 격으로 알샤바브 지도부의 핵심이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했던 네이비실 ‘팀6’가 투입된 것 역시 미국이 앞으로 과감한 급습 작전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 미국이 무정부국가나 전쟁지역이 아닌 곳에서 체포를 위한 독자적 군사 작전을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드론이 수행했을 법한 위험한 작전에 지상 병력을 직접 투입한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