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 증언 번복|유도 심문에 경위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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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대중 후보 집 가정부 조행덕 양 (22) 은 12일 『사건 이튿날인 1월28일 아침 뒤뜰에서 화약 종이 부스러기를 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은 홍준 군의 장난이면 사건은 아무 것도 아니며 홍준 군과 구속된 이수동씨 (경호부 책임자)가 풀려 나온다는 경찰의 꾐에 빠져 거짓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은 지난 9일 이수동씨가 있는 인천 모 여관에서 『곧 홍준 군과 이수동씨가 풀려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경찰이 그려 보이는 화약 종이대로 시인했다고 밝히고, 뒤늦게 속았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조양은 이날 『그 종이 부스러기의 빛깔은 맑은 빨강이었으나 지금도 화약 종이인지 다른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양이 밝힌 화약 종이 거짓 진술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문=왜 화약 종이를 봤다고 진술했나?
▲답=경찰이 『이수동씨는 강화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지만 실은 폭발물 사건 때문이다. 홍준이가 장난했다면 사건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씨는 내일 풀릴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화약 찌꺼기 등이 기억나면 이야기하라』기에 『빨간 종이를 봤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이 『이건 화약이다. 아이들 장난이 분명하다』며 화약 종이를 그려 보이고 『이렇게 생겼지?』하고 다그쳤다. 모두 풀린다는 말만 믿고 『그렇다』고 시인했다.
▲문=어디서 그랬나
▲답=인천에 있는 여관에서다.
▲문=그 여관엔 어떻게 가게됐나.
▲답=9일 낮 서울지검 인천 지청 강달수 검사가 『할 말이 있으니 이 분들을 따라 오라』는 이수동씨의 편지를 갖고 왔기 때문에 갔다.
▲문=인천 여관서 이수동씨는 왜 편지를 냈다고 하던가.
▲답=『홍준이가 사건 직전 만진 것이 없는가, 혹은 홍준이한테 부탁을 받고 숨기고 있는 것이 없는가 싶어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말 못해도 나한테는 말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거짓 진술을 어디서 녹음했나.
▲답=인천서 돌아와 남대문 파출소서 했다.
▲문=녹음을 마치고 무엇이라고 하던가.
▲답=『이제 사건은 해결됐다. 홍준이는 곧 내보낸다. 누구한테도 지금 진술을 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문=경찰이 또 진술을 유도한 일은 없었나.
▲답=8일 마포 경찰서에 연행되었을 때 박 검사라는 분이 『깨달은 점이 없나? 잘해 보자』고 했다. 『무엇을 잘해 보자는 말이냐』며 대들자 『홍준이가 자백했다. 그래도 못 믿겠느냐』며 마구 신경질을 냈다.
▲문=홍준군의 녹음을 들었는가.
▲답=9일 낮 남대문 경찰서에서 들었다.
▲문=내용이 어떻든가.
▲답=『보일러실에 불이 벌겋게 타고 있어 성냥이 필요 없었다. 현관 앞에 폭발물을 놓고 돌아 옆문으로 응접실에 들어간 뒤 1∼2분만에 터졌다』는 내용이었다.
▲문=녹음을 들려준 뒤 어떻게 묻던가.
▲답=『어떠냐』고 하기에 『생각지도 않은 일』이라고 대답했다.
▲문=지금 심정이 어떤가.
▲답=홍준이도 내보내 주지 않고 속은 것이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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