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의 국가 규격 표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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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공부는 공산품 가격 인상을 일체 허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히고, 가격 인상보다 원가 절감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한다.
또 상공부는 공업 규격화 촉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국가 규격품 표시제를 확립하고, 해마다 7백 종을 규격품으로 명령해 나갈 것이며, 규격 관리를 위해 품질 관리 제도를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아울러 밝혔다한다.
상공부가 공산품 가격의 상승을 누르고, 소비자를 보호해 주며, 공업을 규격화함으로써 산업 능률을 제고시킨다는데 이론을 제기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생산자 이외에는 가격 상승을 원할 사람이 없을 것이며, 품질의 조악을 희망할 사람이 없겠기 때문이다.
상공부가 이처럼 어느 모로 보나 좋은 방침을 새삼 강조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로서는 잘 알 수 없으나 그런 방침이 새로운 것이 아니고 항상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왜 좋은 방침을 그 동안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느냐에 우리는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가격 인상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은 과거에도 항상 제시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장기간 그것이 이행된 일은 많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가격 인상을 불허하기 전에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게 하는 경제적 요인을 정부 스스로 배제하는 노력이 더욱 가중돼야 하겠음을 우리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각종 비 본원적인 부대 비용이 제품 코스트에 반영되는 방식으로 조달되고 있는 우리의 실정 아래서는 가격 인상 불허 방침이 장기간 지켜질 수 있는 소지는 희박하다는 점을 우리는 염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제품 코스트에 반영되지 않는 자금 조달 방식이 개발되어야 하겠다는 점을 하나의 과제로서 우리는 말하고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자 보호와 규격화가 아무리 소망스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않는다면 별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종래의 이른바 KS 표시 품이 과연 우수한 품질을 구비하고 있으며 또 소비자가 이를 인정하고 있었느냐를 다시 한번 엄밀히 분석하고 볼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KS 표시 품에도 저질의 상품이 많았다 하겠으며 때문에 소비자가 KS 표시 품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소비자가 인정하지 않게 되면 규격화를 위해 투자한 자금만큼 기업으로서는 손실을 보는 것이며, 여타 기업은 KS 마크를 얻으려는 열의조차 쏟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날 KS 마크가 유명무실하게 된 배경에는 기업 측 요인과 함께 정부측의 실책이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규격 표시 제도를, 품질 개선엔 열의를 보이지 않고 단순한 선전 광고 수단으로 생각한 기업 측의 단견도 중요한 시정점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KS 마크를 줄 때에만 품질을 체크하고 일단 주어진 것에 대해서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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