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커미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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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융기관의 예금에 「커미션」이 따라다닌다는 사실이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예금「커미션」은 3∼5%에 이르고 있다하며 「커미션」자금은 대출 받아 가는 사람이 대출금 1할을 「커미션」조로 내놓아서 조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금의 「커미션」거래는 금융가에서 상식화 된지 이미 오래된 사실이라 하겠으며 이 나라 금융풍토의 불 건전성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커미션」거래의 불 건전성을 막기 위해서 저축 증대법을 제정할 당시 「커미션」거래 등 부당 경쟁에는 형벌을 과하도록 입법 조치한 바 있으나 그것이 오늘날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커미션」거래가 법적으로 제재하기 힘들 정도로 일반화된 배경을 당국은 차제에 근본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69년을 전후하여 우후죽순 격으로 설립한 금융기관은 예금경쟁을 치열하게 만들었고 「커미션」거래의 제도적 요인을 형성시켰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 수가 배로 늘어났으며 일반은행과 특별은행간의 업무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예금유치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신탁은행의 설립으로 정기예금과 금전신탁이 완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높은 신탁 금리에 대항키 위해 정기예금에 「커미션」이 주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커미션」을 받는데 맛을 들인 예금주들은 이제 예금을 가져오기 전에 얼마의 「커미션」을 낼 수 있는가 사전에 타진하는 폐풍이 생긴 것이다. 그 위에 산금채·주택채 등 금리가 예금금리를 크게 상회하도록 함으로써 「커미션」거래의 불가변성을 조장했던 것이다.
세째 당국이 내자동원을 계획화함으로써 은행별 예금할당을 한 것도 「커미션」거래형성의 한 원인을 형성시켰다 할 것이다. 은행별 예금할당은 결국 은행내부에서도 지점별·개인별 예금할당을 불가변케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예금권유실속만이 내부승진의 유일한 척도가 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예금지상주의는 결국 은행내부질서를 파괴시켰고 은행원으로 하여금 범법을 감행토록 만들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도 예금할당제의 폐단이 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근자 여러 가지 시정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일단 형성된 「커미션」거래의 폐습을 법적용으로 제거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커미션」거래의 근원을 이루는 신탁·채권이율 및 예금금리간의 모순을 이번 금리조정작업에서 시정해야 할 것이다. 또 금융기관을 대담하게 폐합시켜 동질적인 업무 때문에 오는 쓸데없는 경쟁관계를 완화시키든지 아니면 국책은행의 예금업무를 대폭 축소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커미션」거래를 예금권유의 주무기로 끈질기게 이용하는 한두 은행을 차제에 엄중 문책하여 금융풍토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금융가에서 어느 은행이 「커미션」거래를 심하게 하는가는 상식화하고 있음을 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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