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력 보릿고개, 서민이 '고통 전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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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정부의 강도 높은 절전 시책에 일반 가정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동참했지만, 대기업들의 전력 사용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3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 32.3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지난 8월에 주택용 전력 사용량은 전체 63억7600만㎾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소비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각각 2.0%(218억1900만㎾h), 3.2%(99억4900㎾h) 증가했다.

 일반 가정은 불편을 감수하며 전기 절약에 동참했지만 빌딩·상가·산업체는 상대적으로 절전 노력을 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기업들은 정부의 절전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절전규제(하루 4시간씩 의무적으로 3~15%씩 전력사용량 감축)는 계약전력 5000㎾ 이상 산업체 2637개를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8월 둘째 주(5~9일) 이행률은 83%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의 절전규제를 가장 많이 위반한 대기업은 기아차로 광주공장의 경우 절전규제 기간 5일 동안 단 하루도 절전 요구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LG화학(파주)과 LG실트론(구미2), S-Oil(울산), 현대로템(안양), 남양유업(나주), 하이트진로(전주), SK네트웍스(서울 워커힐) 역시 정부의 절전 대책을 하루도 이행하지 않았다. 절전규제를 어긴 기업에 대해선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1회 위반에 과태료 50만원이 부과된다. 국내 30대 대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약 45조원(2012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규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액수다.

 한편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이 전력수급 위기에 대처한다며 올 8월까지 들인 절전 홍보비는 70억5100만원에 달했다. 한국전력의 경우 27억8430만원을 사용해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비용을 훌쩍 넘긴 상태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정부가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부었지만 일반 가정만 고통을 분담하고 산업체는 소극적이었다면 홍보와 규제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전기 낭비를 줄이고 전력난을 예방하려면 전체 사용량의 77%를 차지하는 산업용과 일반용 사용자의 올바른 전력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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